2021. 4. 29. 22:30ㆍ무한취미/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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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보고 싶었는데, 마침 엄마가 집에 사놓고, 조금밖에 안읽었길래 책을 들었다.
들만한 무게였고, 글자크기였기에 부담없었다.
내용이 마음에 걸리고, 생각보다 묵직했던 걸 제외하곤.
책은 처음부터 주인공 김지영을 관찰한다. 그리고 다른소설과 다르게 '거리감 있게' 주인공을 부른다. 지칭한다.
예를 들어, '김지영씨는~, 김지영씨의 남편 정대현씨는, 와 같은 서술법은 독자가 주인공에게 감정이입보다는 사실을 바라보는 힘을 실어주는 것 같았다. 동정보다는 공감을, 그 공감을 토대로 우리 사회의 부당함을 비판하려는 의도가 드러났다.
'첫 직장이었다. 첫발을 내딛은 세상이었다. 사회는 정글이고, 학교 졸업 후 만난 친구는 진짜 친구가 아니라고들 했지만 꼭 그렇지도 않았다. 합리보다 불합리가 많고, 한 일에 비하면 보상도 부족한 회사였지만,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 개인이 되고 보니 든든한 방패막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료들도 좋은 사람이 더 많앗다. 비슷한 관심사와 취향을 가져서인지 학창시절 친구들보다 오히려 마음도 잘 맞았다. 돈을 많이 버는 일도, 세상에 큰 목소리를 내는 일도,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뭔가를 만들어 내는 일도 아니었지만 김지영 씨에게는 무엇보다 즐거운 일이었다. 주어진 일을 해내고 진급하는 과저에서 성취감을 느꼈고, 내 수입으로 내 생활을 책임진다는 것이 보람 있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끝났다. 김지영 씨가 능력이 없거나 성실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그렇게 되었다. 아이를 남의 손에 맡기고 일하는 게 아이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듯, 일을그만두고 아이를 키우는 것도 일에 열정이 없어서가아니다' - 82년생 김지영 본문 중 -
이제서야 막 20대 중반 길에 들어든 나도, 아이를 키우고 휴직을 한다는 생각만 해도 무섭다.
두렵고, 내가 정말 온전하게 육아면 육아, 회사면 회사에 집중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건, 나 자신을 잃을까봐 두렵다.
나는 나를 알아가는 20대를 보내왔는데도 나를 다 찾기도 전에 나에게 온전히 기대는
한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걱정스럽다.
모든 20대, 30대 여성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이 고민은 누구도, 누구에게도 쉽게 말할 수 없다.
힘든 길이기 때문에 쉬쉬하는 걸까, 아니면 결혼을 바로 앞두지 않고서야(요즘은 결혼이 기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아직 먼 미래라고 생각하고 있는걸 수도.
직장이 싫다고 하지만 나에게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있다.
누군가의 삶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항상 같은 공간, 시간에 있기 때문에 관찰할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공간을 떠나야 한다니, 시원함이 아니라 벌써 섭섭함을 느낀다.
사회에 나와 나 혼자만 도태되는 기분, 나는 다시 적응기를 거쳐 편입되어야하는 느낌이겠지.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는 편이 아니고, 책의 줄거리를 잘 따라가는 편이다.
읽고나서 책의 이미지와 느낌을 글로 푸는 편인데, 이 책은 달랐다.
연도별로 정리된 그 챕터 이전에 학창시절, 대학시절, 취직에 관련된 에피소드 하나씩을 볼 때마다
나의 과거와 현재가 오버랩 되고 있었다.
회사에서 분명히 나도 느낄 것이다.
다른 사기업보단 덜하겠지만, 남자 중심 사회가 명백한우리 회사는 언제 어디서나 ‘82년생 김지영’에서 나오는 구절들을 들을 수 있다. ‘여자가’, ‘여직원’, ‘커피 좀 타와’ 등등. 그래서 버릇이 생겼다.
깊게 생각하지 않고, 넘겨버리기. 어떤 말이든 먼저 기분 나빠하지 않기. 그래서 그 버릇 때문에 바보가 됐다. 옳은게 무엇이고, 틀린게 무엇인지 구분할 수 없는 바보.
앞으로 한번 더 생각해봐야지, 김지영씨가 후배들을 위해 육아휴직을 쉽게 포기하지 못한 것처럼,
나도 내가 지금 물어보지 못하면 고정관념이나 관행을 암묵적으로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 되버린다는 것을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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