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9. 00:28ㆍ무한취미/독서
책 재능의 불시착의 작가 박소연은 베스트셀러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합니다'의 지은이다.
사실 '재능의 불시착'도
위의 책을 검색하다가 얻어걸린(?) 책인데
작가가 일 잘하려면 단순하게 해야한다고
A부터 Z까지 알려줘도
현실 세계에 적용 못하는 나를 보거나
바뀐다고 낑낑거리며 애써봐도 꿈쩍 않는 회사를 보며
자괴감에 빠질바엔..
소설이나 읽자 하고 펼친 책인데 빠져들어서 읽었다.
장류진 작가의 '일의 기쁨과 슬픔' 책과
비슷한 내용의 책이다.
만약 그 책을 읽었다면? 비슷한 장르를 좋아한다면?
적극 추천한다. 그리고 회사 때려치고 싶은 날
읽기엔 다소 무리일 수도 있겠다.
(제목을 먼저 정하고 내용을 쓰는 까닭에.. 늦은 후회가 든다)
전자렌지에 돌린 수분 하나 없는
밤고구마를 입에 넣고 씹은 것처럼
숨이 턱 막히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물론 후련한 부분들도 간혹 있다)
책은 총 8개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져있고
각각 길지 않은 내용들이니
이동 중이나 주말에 짬을 내어 읽기 좋은 소설이 될 것 같다.
그럼 인상 깊었던 몇 개의 소설 내용만 꼽아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 "내가 좋아한 건 누군가를 도와주는 존재가 된다는 사실과
그걸 고마워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을 때
느끼는 알량한 뿌듯함 정도였던거야."
나는 아주 일부분을 좋아하는 것뿐이면서
안 맞는 일로 가득 찬 일을 직업으로 골랐다.
그게 가장 큰 실수였다.
나에게 이 직업은 지하철에서 파는 델리만쥬 같았던거다.
냄새를 맡으면 참을수 없이 끌리지만
실제로 먹게 되면 예상과 다른.
간식일 때 만족스러운 음식을
삼시 세끼 먹게 되자 삶이 엉망이 되었다'
-가슴 뛰는 일을 찾습니다 中-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는 누구지, 여긴 어딜까?
취준생 때 꿈꿔왔던 직장과 나의 열정은 어디로 가버린걸까.
회사를 그렇게 오고싶어 했는데..
내가 이렇게 노력해서 올만한 곳이
겨우 이런 곳이었나.
싶을 때 드는 생각들을 이 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혜진은 NGO의 직원으로 일하며 후원금이 없으면
조직이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후원금을 땡겨오는 자를 챙기고,
후원금을 주는 VIP에 벌벌떠는 현실에 실망한다.
내가 받는 돈보다 가치를 찾아 온 회사는
혼란스러움만 가중시키는 참에
혜진의 남자친구 부모님은 혜진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병원에 눈독을 들이며 결혼을 재촉한다.
후원금으로 밥을 먹는 아이들이 비싼 돈까스세트를 먹었다고
화를 내며 전화하는 후원자는
결국 혜진이 잡고 있던 마지막 끈을 놓게 만들었다.
'이상했다. 성공 대신에 가슴 뛰는 업무를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잖아.
그렇다면 내가 반짝반짝 빛나는 게 정상이잖아.
아침에 일하러 나오는게 설레야 맞는거 아니야?'
-가슴 뛰는 일을 찾습니다 中-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깨닫고 순응하고 사느냐
내가 좋아하는 일이 아니었음을 인정하고 떠나느냐
(떠난다고 다른 대안을 찾아 놓은 것은 당연히 아니다)
혜진이 어떤 결정을 했는지는 책에서 확인하시길,
뭐가됐든 나는 그녀의 결정을 응원한다.
나를 포함해 이 시대의 혜진이들이 생각나서 공감이
많이 되었던 부분이었다.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무능한 사람에게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나쁜 의도는 없지만 내 생활을 엉망으로 만드는 무능함에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 말이다.
지금 내가 느끼는 안쓰러운 마음은
그가 내 삶의 사정권 밖의 어딘가로 옮겨지는 상황에서나
비로소 가능한 감정이었으니까.
- 앤드류가 퇴출당할 때 속마음, 전설의 앤드류 선배 中-
무능한 상사를 둔 지연씨의 암흑같은 이야기를 읽으며
입사 초반에 보았던 무능한 과장님들이 스쳐지나갔다.
'나보다 월급도 많이 받으면서'라고 생각하면 더 화가나니까
'또라이 보존의 법칙에 의해 100명 중
최소 세 명은 또라이겠지,
그리고 그 또라이들 중 한 명이 내앞에있는거야.'
라고 세뇌시켰다.
오피스 빌런은 7대 유형이 있다.
뭐든지 세 번 지시해야 업무를 해오는 제갈공명 빌런,
남은 일을 다른 사람이 하도록 떠넘기고
사라지는 신데렐라 빌런,
늘 자리를 비우는 다크템플러 빌런,
일이 터지면 남을 내보내고 보상은
자신이 챙기는 포켓몬 트레이너 빌런,
엑셀프로그램 등 본인이 모르는 건
일단 배척하는 흥선대원군 빌런,
능력에 비해 욕심이 큰 아따아따 빌런,
상대방을 악의 축으로 만드는 파워레인저 빌런이그것이다.
(참고 : <주간동아> 오피스빌런 특집기사, 2019.3.11 발췌)
이 글의 마지막엔 오피스 빌런에 대한 이야기가 실렸는데
7대 유형 모두 오고가며 봤던 사람들이라
웃기고 공감되고, 그 빌런들 다 거치고
내가 만 4년차 회사원이 되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고.
여러가지 감정이 겹친다.
또 하나 놀라운건 앞으로 얼마나 많은 빌런을 만나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는 것.
<하준우 아기님의 퍼소나(Persona) 분석>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만난지 반년 정도 된 사이고 대화해본 적도 없어서요.
차차 알아가는 중입니다.
<버그(문제상황): 준우가 운다>
입력값 3 :지루한가? ➡️안고돌아다닌다, 동요를 틀어준다,
바깥에 나간다, 아기 체육관에 앉힌다, 장난감을 쥐어준다, 눈앞에 처음 보는 물건을 흔든다.
➡️ 디버깅(문제 해결) 실패
어쩌면 산후 우울증이라는 것도
빌어먹을 호르몬 탓이 아닐지도 모른다.
애를 낳고 몸이 만신창이가 됏는데
주 7일 18시간씩 일하면서 잠도, 식사도,
샤워도 제대로 못하면
누구나 베란다 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어지지않을까.
인수인계 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아이는 죽을듯이 울고 있으면 말이다.
-누가 육아휴직의 권리를 가졌는가 中-
아이를 저렇게 직장인 보고서처럼 분석해놓은 걸보고
정말 웃기면서도 참신하고 신박한 글솜씨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또 서글픈 감정이.. 걱정의 감정이.
아마 20-30대 미혼 여성/남성이라면
누구든 겪게 될 일이기 때문에
웃기지만 걱정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겠지?
육아는 어떤 글로 풀든(다큐,에세이,소설 등) 전부 현실이다.
1년도 안돼 복직을 하거나
육아에 치여 살아가는 모든 부모님들 화이팅..
(우리 엄마 어떻게 세 명이나 낳고 키웠을까..
나이가 들어갈수록 부모님이 제일 존경스럽다)
현생을 살고있는 직장인으로서
대부분이 일어날법한 일들이라
나의 상사, 동료, 회사 분위기를 비교하며 보니 재밌었다.
(제목이었던 재능의 불시착 글은 결국 소개를 못했지만..
꼭 읽어보시길!)
오늘 하루도 존버에 성공한 직장인들이여 !
내일 하루도 버티자 !
모레는 금요일이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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