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밀라논나 장명숙 작가의 삶/'어른'을 재정의하다

2021. 10. 28. 00:19무한취미/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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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온더블럭에서 세련된 할머니를 본적있다.
낯이 익어보니 노년층의 유투버 중 박막례 할머니와 함께
젊은층의 최고 찬사를 받으시는
밀라논나님이셨다. (나는 패션에 전혀 관심이 없기 때문에 -입고싶은 것만 입음- 구독하는 패션유투버가 없다)

이 책을 완독한 후 망설임 없이
밀라논나님의 유투브 구독 버튼을 눌렀다.
패션 컨텐츠를 다루는 컨셉이라도
이런 어른에게 배우는 패션은 배워볼만 하겠다고 느꼈다.

인생의 지론이 이만큼 깊으신 분이라면
음식, 라이프 스타일, 패션, 컨텐츠를 불문하고
전부다 배워보고 싶었다.
특히, 나의 약점이 밀라논나의 장점이었다
(이 부분은 아래 내용과 함께 소개하려고 한다)

나는 밀리의 서재 전자책으로 읽었는데,
통근시간에 지하철에서 읽기에도 부담이 없었다
부드러운 말투로 삶을 어떻게 꾸려나가면 좋을지 알려주는 할머니의 인생이야기.
논나가 알려준 것처럼, 나는 오늘 또 귀한 하루를 살았다 ;)


1. [소개] 1952년생, 패션디자이너 할머니라고?

1952년에 태어나 밀라노에서 유학을 하고
세계적인 브랜드 돌체&가바나의 두 디자이너와
클래스 메이트인 할머니가 있다니 !
남녀평등은 입에도 올릴 수 없었던 시기에
여자가 대학을 마치는 것도 모자라 대학원을 졸업했다.
지금 생각해도 엄청난 스펙을 가진 할머니가 말을 하는데
이렇게 소박할 수가 없다.

세계의 유명 브랜드를 우리나라에 입점시키고
1990년대 당시 우리나라 최고 백화점이었던
삼풍 백화점에 근무했으며
30대에 패션회사 고문으로 일하며
패션계의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패션업에서 나아가 이탈리아와 우리나라의
교류를 돕는 등 여러 활동을 통해
이탈리아 대사관에서 명예기사 작위를 수여받았다.

우리가 알던 할머니의 스펙이 아닌데..
할머니는 꽃무늬 바지만 좋아하는데.. (할머니 사랑해요❤️)
의 선입견, 편견을 모조리 깬
밀라논나의 이야기가 정말로 궁금해진다.


2. [자존] 치열한 젊은시절을 보내다

'인생의 고비마다 되풀이하던말이 있다.
"그래, 산이라면 넘고 강이라면 건너자.
언젠가 끝이 보이겠지."'
'지금 내가 걷는 이 길이 가시밭길이어도,
어느날 돌이켜보면 꽃길 같겠지.'
- 여는 글. 내일이 궁금한 삶 中-

트렌드를 선도해야하는 패션업계의 중심에 서있었던
밀라논나의 치열함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두 아들의 육아와 직장을 포기할 수 없었던 작가는
사력을 다해 젊은 시절을 살아냈기 때문에
실패해도 창피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도전한 자신을 칭찬하는 법을 안다.

첫째아이를 가족에게 맡겨놓고 이탈리아 유학길에 올랐을 때
그녀라고해서 고민이 없었을까?
1년동안 고국이 그립고 아들이 그리워
매일 꿈에 나왔던 적도 있으니 말이다.

(관련해서 유투브에 나와 그녀가 했던말 중
지나간 젊음은 그립지 않은데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육아의 시기가 너무 짧아
그게 너무 아쉽다고 하셨던 대목이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넓은 아량으로 젊은이들을 보듬어주신 것 같다.
어떤 마음으로 현실을 이겨내고 있는 지를 경험자로서
잘 알기 때문에.

책안에서 그녀는 울고 있는 제자를 다독여주며
가족, 남이 아닌 자신을 위해 사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타인의 시선보다 내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는
연습을 하라고 말한다.
우리와 비슷한 삶을 살았던 선배라는생각이
들어서인지 마음 깊숙히 잘 간직하고 싶은 말들이다.

+✔️꼭 기억하고 싶은 책의 구절 : 어려운 청탁을 받을때
'어려운 청탁을 받으면
자신의 능력으로 가능한지 냉정히 판단하고,
불가능할 때는 담담하고 공손한 태도로
"내 능력 밖이라 호언장담하다가 실수 할 지 모르니
좋은 관계를 망가트리지 않기 위해서 거절하겠습니다". 라고 떳떳하게 말해야한다.'
거절을 할 때 항상 상대방이 실망하지 않을까,
기분이 나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던 나에게
나를 낮추면서도 상대를 배려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거절의 기술. 기억할 것.


3. [충실] 가슴이 뻥 뚫리는 진정한 어른의 한마디

'꼰대의 어원은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조선시대 말에 유럽의 귀족 문화가
일본을 통해 들어왔는데, 공작, 후작, 백작, 남작으로 나뉘는 서양의귀족서열도 함께 들어왔다는 설이 있다.
이때 '백작'을 의미하는 플아스어 '콩테(comte)의 발음이
일본식으로 바뀌어 '꼰대'가 되었다는 의견이다.
그런가 하면 '번데기'의 영남 사투리 '꼰데기'가
어원이라는 견해도 있다.
-'라떼는 말이야' 中-

'어르신들이여, 제발 부탁입니다.
젊은이들과 할 이야기가 없으면 차라리
날씨 이야기를 하세요. 아니면 장점을 찾아서
칭찬 멘트를 날리세요. 본인이 판단하고
선택한 길을 즐겁게 걸어갈 수 있도록 응원이나 해주세요.
책임져주실거 아니잖아요.
그들의 몫을 나눠서 도와주실 거 아니잖아요.(중략)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면 불행해질텐데,
그들에게 불행을 강요하지 마세요. 편하게 살게 두세요.
기성세대는 인생을 숙제 풀듯 살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축제처럼 살게 해줍시다.'
-'숙제처럼'말고 '축제처럼' 中-

작가는 지금까지와 다른 강경한 어투로 글을 써내려간다.
풍파를 막아주는 울타리 같은 존재인 어른들이
젊은 세대의 결정을 부정하고 깎아 내리기 전에
통찰력, 포용력, 사랑하는 마음을 먼저
갖추길 바란다고 말한다.

밀라논나님이 유투브 컨텐츠를 만들고, 젊은이들과 소통하며 느꼈던 감정들이기 때문에 단호해질 수 밖에 없었겠지?
세상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변화도 당연한 거니까.
우리가 부모님 세대와 다른 것도 당연한 거니까.
당시 젊은이들이 지금의 젊은이들과 다른 것도
이해해주는게 당연한 거니까!

넘지못하는 빈부격차의 벽,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는 유리천장,
열심히 살아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서
무력감을 느끼는 젊은이들에게
어른들이 건네는 따뜻한 한마디가
얼마나 힘이 되는지 알기 때문에 !

그녀는 참된 어른이다.
동년배들을 꾸짖으며 어른들이 잘해야
지금 젊은이들이 바른 노년층이 될 수 있다는 것을아는 어른.

그런 어른들이 많아야 지금의 젊은이들도
다음 세대에 올 젊은이들을 환영해줄 수 있겠지?
내 뒤로 올 젊은 친구들을 두 팔벌려 안아줄 수 있도록
정말 큰 어른이 되고 싶다.

내일 꼭 할게요..꼭..


4. [품위] 버리는 삶, 버리는 연습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나를 돌아보고
반성하게 만든 내용들이 품위 챕터에 담겨있다.
앞에서도 잠깐 등장하긴 하지만,
나는 '버리기'에 아주 취약하다.
특히 책이 나의 최대의 약점이다.
취약하다 못해 의도적으로 나눔,되팔기까디 수일이 걸린다. 작은 원룸에 넘칠 듯 쌓이는 책에 무력감을 느낄 때쯤
아주 소량을 처분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처분하자마자 또 새로운 책을 사들인다)

밀라논나에게 그 정도의 의미를 갖는 물건이면,
아마도 '옷을 빼놓을 순 없을 것이다.
그녀는 옷을 나눔하거나 처분할 때 통과의례를 거친다.

'일단 좋은 옷을 골라서 세탁소로 보내거나
직접 손빨래를하여 직사 일광에 말려
다림질까지 한다.이 과정에서 옷과 대화를 나누고
그동안 나와 함께해준 고마움을 옷에게 전한다.
언제 누구를 만났을 때 입은 옷인지 생각하고
가장 찬란했던 순간의 조각들을 떠올리며
그 순간을 잘 보낸 나에게 칭찬을 퍼부어준다.
"그래, 한때 젊었고, 열심히 살았고,
이제 인생의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거야. 그게 삶이야"라고.
-'추억을 건네는 벼룩시장' 中-

마음은 작가님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데,
몸이 안따라준다. 부족한 경험과 연륜을 탓하며
쌓인 책을 가지고 몇날 며칠, 몇년을 씨름하면
나도 가능하겠지?
가능하게끔.. 자주 곱씹어 봐야지.. 약속해.. 나 자신아..


5. [책임] 받은만큼 베풀고 베푸는 삶, 그녀가 책임지는 방식

장기기증을 신청하고,
수십년간 기부했던 보육원에서 아이들을 보듬는다.
밀라노에서 귀국한지 얼마 안된 몸을 이끌고
다시 아프리카로 간다.

골프를 칠 돈으로 보육원 아이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골프나 명품에 집착하지 않는다.
럭셔리는 태도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럭셔리 가구로 온 집안을 휘감지 않고
어릴 때 추억을 되새김질할수 있는
물려받은 가구, 식기, 심지어 부모님의 옷까지.
분수에 맞게 살아가며 내가 받은 행복만큼 남에게 주는 삶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느껴진다.


밀라논나 유투브 프로필사진 😉



이렇게 살아가야지. 꼭. 나만 아는 사람이 되지 말아야지,
젊었을 땐 아둥바둥 살아가도
나이가 들면 찬란한 햇살을 받으며
모든 것에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인자한 어른이 되어야지.

작가는 나 대신 사회의 불합리함을 꼬집어주고
공감해준다. 나를 존중해준다. 감사하고 고맙다.
랜선 아미치(밀라논나 구독자 이름, 이탈리아어로 친구라는 뜻)를 만난것 같아 마음이 든든하다.
든든한 친구를 얻었으니 소신있게 남은 2020년을,
내 인생을 살아가야지!

끝!

(사진 출처 : 대화의 희열, 유투브 밀라논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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