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집콕 추리소설 추천 -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2011)

2021. 9. 12. 16:01무한취미/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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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적어도 4-5년 전에 읽고
적어놨던 리뷰를 다시 한 번 꺼내 끄적여본다
당시 책을 읽고 뭐가 재밌고 흥미로웠는지
구구절절 적어놨던데
이상하게도 5년이 지난 지금은 책을 읽었던 장소,
앉기만 하면 읽고싶어서 어디가든지 들고다녔던 그 기억 뿐.
읽으면 놓치고 싶지 않은 책이라는 것은 확실하다는 것,

아무 생각 없이 책에 스며들고 싶은 날 추천하는 작품이다.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다'를 정말 오랜만에 느꼈다.
소설에서 글은 생동감의 주체였다.
등장인물 각각의 성격을 확실하게 잡아놔
독일이름이라 자칫 잘못보면 그사람이 이사람인가..
헷갈릴 수 있었던 이름들이
묘사를 읽다보면 확연히 분리된다

표지가 인상 깊고 베스트셀러까지 올라
독사과를 먹었지만 다시 깨어나는 백설공주에게만 익숙했던  클리셰도 쉽게 극복 가능했다

1. 형사까지도 인간적으로 그려낸다

영화나 책에서 대부분은 형사의 사생활을 다루진 않는다.
범인을 쫓고 사건을 파헤치는 형사의 모습만을 보여준다.
하지만 형사 피아와 보텐슈타인의 대화나
보텐슈타인 아내의 외도를 통해 보여지는
완벽한 형사들의 미숙한 대처가 인상깊다.

사건을 냉철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던 보텐슈타인도,
상상해보지 못했던 아내의 외도에 완전히 무너지고 만다.
(작가는 결혼과 믿음의 연관성, 진실의 가치를 강조한다)
그 이후 사건에 집중하지 못하며,
사건을 진술하는 증인에게 이성의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크리스토프 부인의
여동생과 커피를 마시는 장면으로 끝이 나는데
책을 주인공인 토리우스  장면이 아니라 보텐슈타인으로
끝을 맺는 것을 보면, 작가는 보텐슈타인의 변화도
이 소설의 중요한 부분으로 생각했다고 유추할 수 있다.

2. 토비우스는 죄없이 10년 감옥살이 후 나디야를 만난다.

나디야가 감옥에 있는 토비우스에게 10년 동안 편지를 쓰고 마지막 출소하는 날 까지 그를 돌봐 준 것이
전부 그를 독차지 할 목적이었던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작가는 그녀의 의도를 장면 뒤에 숨김으로써
모두가 나디아의 진심을 알지 못하게 했다.
인간은 사랑 앞에서도 본성을 숨기며 추악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나디야의 사랑은 살인 방관과
아멜리에 대한 2차 범죄를 공모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됐고
이는 부조리의 합리화를 효과적으로 보여줬다.
그녀의 마음은 토비우스가 아멜리를 마음에 들어한다는 말로 인해 또 산산히 부서지고 그녀 자신을 파멸로 이르게 한다.
가장 친한 친구들까지 모두 한통속으로 만들었던
슈네베르거와 다른 친구들도 나디야가 품었던 이유는 아니지만 동조에서 벗어나 자백하지 못했다.
자신의 가장 친구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3. 테르린덴의 이중인격

테르린덴은 토비우스 아버지의 땅을 빼앗고, 슈네베르거의 회사를 차지하기위해 그를 알텐하인으로 이사하게 만든다.
이후 사람들이 마지막엔 말을 듣지 않고 벗어나버렸다는
피아 형사의 유추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선량함을 앞세운 악덕은,
언젠간 사람들이 그 목적을 알아차리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피할 수 없어 말을 듣는 척 했던 것이지, 그의 야망을 하나씩 알아가던 참이었다.

4. 라우터바흐 부인의 숨겨졌던 소설 속 영향력
이렇게 끝에 가서 분량이 폭발할 줄 몰랐다.
그냥 의사일 줄 알았는데 그냥 의사가 아니었다.
어찌보면 결정적으로 모든 범행을 주도한 사람이
라우터바흐 부인이고 테르린덴 조차 남편을 문화부장관까지 키운 그녀의 욕망을 다 알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자폐증 환자 티스가 살인사건을 목격했다는 이유로 10년동안 약을 먹였다는 사실은
맹목적성의 추악함이었다.



+ 짧은 감상을 끝내며,
전지적 작가시점에서 쓰여진 소설이 제대로된 소설이라는
조정래 작가 말이 맞다는 것을 실감했다.
작가는 객관적이고 세밀한 묘사를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추리소설은 3인칭으로 쓰여질 수 밖에 없긴하지만)
그래서 이렇게 빨리 읽었을지도 모른다.

인간의 추악함을 제대로 보여준 소설이다.
비겁함, 악랄함, 악독함, 은폐를 바탕으로 벌어진
외도, 강간, 살인, 밑바닥까지 모두 드러낸다.
형사 개인의 사생활도 써내려가며
여러가지 이유로 범죄자와 비슷하기 비열해진 형사들도
이를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누가 이를 바로 잡느냐,와
바로 잡지 않고 누가 바로잡을래?라며 묻기만 하느냐가
이 책에서 잡혀들어가는 범인들과 그렇지 않는
사람들의 차이였다는 것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추리 소설이지만 간만에 실감나는 실화를 읽은 기분이었다. 잔인하고 피도 눈물도 없는 뉴스들이 자주 들려와서일까.

영화로 나오면 더 재밌을 것 같다.
머릿속에 벌써 여러 인물들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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