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8. 13. 15:36ㆍ무한취미/독서
정약용이 의지했던 핏줄이자
실학의 정신을 받들어 백성들에게 필요한 책을 써내려갔던
정약전의 이야기를 담은 책 자산어보(2021)
자산어보에 적힌 실제인물 '창대'를
메인으로 등장시켜
양반과 평민의 신분을 넘어 진정한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영화 자산어보(2019)
아마 이 책과 영화가 없었더라면
정약용 선생의 형이 있었는지,
물고기와 어패류를 소상히 담은
역사책이 존재했는지도 몰랐을 거다
책과 영화를 간략히 설명하며 리뷰해보려한다
우선 나는 역사소설과 역사영화(사극 포함)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역사를 잘 알지 못하는데
소설 속의 픽션과 사실이 버무려지면 혼란스러울 것 같아서
일부러 잘 알지 못하는 역사소설은 피한다.
(예를 들어, 실제로 악한 인물이었는데,
소설에서 선한 인물로 나온다면 ?
지식과 가치관의 혼돈에 빠질 것이기 때문에)
하지만 자산어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소설과 영화는 픽션의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고
주인공(정약전 선생)의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전지적시점에서 쓰여져서 인상깊었다
특히 소설은 흡입력 있는문장과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묘사들이
독자들을 끄는데 한 몫을 한 듯하다
읽은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기억이 생생한 책 '자산어보' 부터
리뷰를 시작해보겠다 📚
1. 정약전의 두 번째 인생, 흑산도와 바다
정약전은 정조대왕의 죽음 이후
천주교 신자박해 및 노론 벽파의 음모로
정약용과 함께 유배당한다.
정약용의 형이자 실학정신이 투철했던 정약전이
더 위험한 인물임을 감지한 벽파는
정약전을 강진(정약용의 유배지)보다
더 먼 흑산도로 보낸다
정약전은 창대와 가거댁들을 포함해
순박한 흑산도 사람들에게
천천히 마음의 문을 열고 그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자산어보'라는 책을 쓰기시작하는데
이는 백과사전류의 어류 사전이다
책에서는 정약전이 흑산도
생활에 적응하는 시간을 심도있게 다룬다.
그도 그럴것이,
지금도 흑산도는 육지에서 배로
두 시간 이상 가야하는 곳인데
서울에서 걸어 나주까지, 나주에서 영산포, 이어도를 통해
이 먼 흑산도로 오게된 정약전의 마음을 생각해보면
상상도 못할 정도의 착잡함, 두려움, 아쉬움 이었을 것이다.
다시 한양에 갈 수 있을까?
다시 아우 정약용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잠 못 이루고 흑산도의 달빛을 불빛 삼아 잠 못이루며 걷던
정약전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 하다.
하지만 영화 속 정약전은 다르다.
실학정신으로 똘똘뭉친 정약전은 흑산도에 도착하자마
생기발랄(?)한 모습을 보인다.
가거댁이 술상으로 차려내온
해산물이나 물고기에 관심 있어하며
서스럼없이 계급이 다른 흑산도 주민들과
어울리는 모습이다.
사실 이 모습 때문에 영화에 몰입이 쉽사리 되지 않았다.
억울하게 유배를 당해 조선의 궁궐에서 온 학자의
모습을 띄고 있지않았다.
2. 창대의 전략적인 서포트, 자산어보
책에서 창대는 글공부에는 약하지만
물고기에 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아는 생계형 달인 같은 인물이다.
정약전의 지식과 창대의 물질솜씨, 물고기 지식이 만나
자산어보와 같은 책이 쓰여진다.
물고기를 감별하고, 차이를 설명하는 역할을 맡은 창대는
정약전의 지식과 현명한 판단을 발판 삼아
작은 섬 흑산도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을
함께 해결해나간다. 물괴에 갑작스러운 죽음을 당하는 해녀들 사건부터 홍경래의 난, 조선 중기 이후
양반의 지위가 약해지고 송상,개성상인 등의
경제적인 지위가 높아짐에 따라
향촌의 양반들이 꼼짝못하는 에피소드들을 다룬다.
사상도고들(상인)과
도고금령(국각의 매점매석 금지 법)의 충돌
그 힘겨루기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백성들의 모습이 등장하고 정약전은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들을 적절히 이용해 흑산도의 홍어, 복어 등 좋은 어류가
좋은 시기에 제대로된 값으로 팔릴 수 있도록 돕는다.
책은 유려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한국사시간에 한 문장으로 배웠던 글들을
재미있게 풀어쓴 이야기 책 같은 느낌이다.
영화에서 창대는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뱃사람이다.
책 안의 성리학을 다 이해할 수 없지만
배우고자 하는 열정만큼은 누구보다 최고인 그는
서학과 실학을 따른 탓에 조정의 미움을 받아
유배당한 정약전을 무시한다.
정약전이 자산어보와 성리학 책을 교환하자는 조건으로
이야기는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 하더니 이내 창대는
실학자 정약전의 가르침을 참지 못하고
과거 시험을 보러 한양으로 간 후 나주로 내려오게 된다.
책을 먼저 보고 영화를 봐서 그런지
내 머리엔 책에서 쓰인 창대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흑산도에선 더더욱 보기 힘든 양반의 모습,
귀품있는 자세와 말솜씨를 가진 정약전을
물심양면으로 모셨을 가능성이 더 클 것 같다.
3. 문순득 이야기
문순득은 실존하는 인물로 원래 흑산도 사람인데 배낚시를 갔다가 풍랑에 휩쓸려 오키나와로, 오키나와에서 필리핀,
중국 전역을 돌아 3년 반 만에 우리 나라에 도착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정약전 선생은
최초의 조선 어부의 여행기'표해시말'을 집필한다
이는 책에서도, 영화에서도 잠깐씩 소개된다.
4. 성리학과 실학, 유교와 천주교보다 중요한
흑산도 터전과 삶
정약전이 믿은 종교와 정치이념은
배척당하고 흑산도에 버려졌지만
그가 가진 신념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며
성리학의 나라에서 행해지는 지방 탐관오리들의 세금문제,
교육에서 벗어난 삶을 살았던 일반 백성들을 위해 정약용의 서당이었던 다산초당과 같은
사촌서당을 열어 흑산도에 청장년층에게 가르침을 베푼다
(이 때 정약용의 기중기 만드는 기본 원리르
이용해 자연재해(태풍)에 맞서 무너져버린 산성을
다시 세우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너무 재밌음)
유배당한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 것보다
바삐 살며 세상과의 끈을 놓지않다가
조정이 정약전을 불렀을 때
백성의 실생활에 맞는 정치를 펼칠 수 있도록
흑산도 어민들의 삶을 지켜보며 삶을 살아내는
정약전의 모습이 인상깊었다.
5. 꿀팁
책과 영화를 전격 비교하려 했던
글의 주제에서 편견을 갖고 한 줄 써보자면
책을 먼저 읽기를 추천한다 !
책을 통해 보는 구구절절한 조선중후반 서민들의 모습들이 아직도 그려지는 것 같다
또하나, 흑산도는 뱃길로 연결된 섬이기 때문에
책에는 배와 바다를 묘사한 부분들이 많다.
노인과 바다 이후 이렇게 생생하게 바닷길의 모습이
머리에 그려지는 책이 있을까 싶었다
(책을 읽는 중간에 자격증 시험때문에 약 3주정도
책을 읽지 못했던 기간이 있었는데,
그 때도 내용이 아른거렸다.)
+ 영화의 아쉬운점
캐스팅 미스
원래 정약용은 '얼굴이 하얗고 입술이 빨갛다'라는
묘사가 있을 만큼 유려한 모습을 한 선비라고 들었는데
왜.. 류승룡 배우로 정약용 역을 정한것일까?
류승룡 배우는 전혀 그런 이미지가 아닌데,,
캐스팅을 준비하는 쪽에서 강하고 담대한 정약용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싶었는지.. 아쉽다🤷🏻♀️
책은 밀리의 서재,
영화는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구입했다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핀터레스트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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