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8. 10. 00:32ㆍ무한취미/독서
정유정 작가의 책 중 '종의 기원'을 읽다가
그만두었던 기억이있다. (너무 섬뜩해서)
신작을 앞에 두고 살까 말까 고민을 했지만
완전함, 완벽함이라는 단어가
어떻게 풀어내 질지가 궁금했다.
총 500페이지의 책 중 150장 쯤을 남겨놨을 때
참지 못하고 단 숨에 다 읽어버렸다.
소설을 읽으며 기억에 남았던 내용이나
구성들을 풀어보려고 한다
1. 작가는 물음을 던지고 결말로 대답한다.
책 말머리에 작가는
'불행을 모두 없앤다면 우리는
완전한 행복을 얻을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한다.
(“행복은 덧셈이 아니야.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
그리고 결말을 통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어떤 작가들은 독자에게 질문 주머니를 던지고 그대로 둔다.
독자가 주머니를 열어 해석하거나 자기 상황에 빗대어
풀어보면서 소설을 독자에게 맡긴다.
하지만 정유정 작가는 명명백백하게
나르시시스트들의 행위들-
인간이 타인의 행복을 뺏으며 추구하는 행복-이 옳지 않고
자존감이 자신의 전능함을 나타내는 것이 아님을
확실하게 알려준다.
2. 주인공 유나가 이야기 하지 않는다
유나의 행동이 서사를 이끈다.
하지만 유나의 시점에서 쓰인 목차는 없다.
유나가 자기의 완전한 행복을 위해
타인을 자기마음대로 휘두르는 까닭이나 설명도 없다.
어렸을 때 이야기가 잠깐 나오기도 하지만
왜 유나가 나르시시스트가 됐는지의 서사 또한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
나르시시스트와 일반인의 생각회로가 다른 것 처럼
이질적인 느낌을 증폭 시키기 위해 작가는
유나의 입을 빌려 이야기 하지 않는 것 같다
(유나를 사이코패스라고 평가하지 않는 이유는
작가의 인터뷰 내용에서 나오듯,
사이코패스와 나르시시스트의 차이인 '공감'에 있다.
유나는 언니와 남편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지만
그러면서도 자신이 행복이 우선이 되어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계략을 꾸민다.)
3. 영화세트장이 앞에 있는 것 처럼 그려지는 글
독자의 머리속에 영화처럼
작가가 그려 적은 장면이 펼쳐진다.
외할머니의 집은 30년의 시간 덕에 외관은 낡고 녹슬었지만
유나가 지유를 데리고 자주와 되강오리의
밥을 만든 터라 사람 때가 묻은 공간이다.
머리 속에 그려질 만큼 묘사가 세밀하다.
지유의 방도, 다락방도 실제 봤던 공간처럼 그려놔
작품에 빠르게 빨려들어간다.
4. 다른 주인공들의 허술함(조금 아쉬웠던 부분)
ㅡ유나가 남들과 다름을 아는 은호와 언니 재인은
쉽게 유나에게 당한다.
재인은 가족이기 때문에 그렇다치지만
은호는 자기의 친아들을 죽인 사람이
유나라는 의심을 하면서도(경찰의 도움을 받지 않고)
맨손으로 유나가 판 함정에 들어간다 .
어렸을 때부터 재인을 혐오하다시피 한
유나가 무엇인가를 꾸미고 있다는 의심이 들자,
재인도 자기발로 호랑이 굴인 할머니집에 들어간다.
마지막엔 유나가 잡히긴 하지만 소설을 읽으며
안타까움에 발을 동동 굴러야 했던 장면들이 더러있었다.
5. 상상했던 것 보다 소름돋는 되강오리 울음소리
정유정 작가에 대해 찾아 보던 중,
아래 공유한 유튜브 영상을 찾게 되었고,
반달 늪과 되강오리에 대해 자세히 알게됐다.
'반달 늪'은 보름달이 되지 못하고 반 달로 남아있는
유나의 마음이며, 늪에 가장많은 새인 '오리' 중에서
이 책에서 소개된 '되강오리'는
반달 늪의 비정상적인 모습을 알리며
비참하게 울어대는 존재다.
글 아래 되강오리의 울음 소리 동영상을 첨부하려고 한다.
아마 이 울음소리를 듣고 책을 읽게 된다면
공포스러운 오싹함을 더욱 느끼게 될 것같다.
(생긴 모습도 무섭다)
https://youtu.be/4ENNzjy8QjU
6. 생각나는 한 사람, 고유정
작가도 책을 덮으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을거라고 말한다.
사실 나는 고유정 사건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 못하고
이 책을 읽고 나서 찾아봤는데
유나와 비슷한 면이 있다.
다음에 다시 읽어볼 땐 실제 사건과 인물을
생각하면서 읽어봐야겠다
총리뷰 :
몰입도 최고, 나르시시스트 이해도 최고,
다 읽고 책을 덮으면 기빨림도 최고
하지만 궁금한게 완전히 풀리지 않은 듯한 느낌 있음
https://youtu.be/spTs2B13D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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