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박완서 '그남자네 집' 책 추천

2021. 5. 7. 15:47무한취미/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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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시 한 번 구슬 같은 처녀이고 싶었다'
- 소설 그남자네 집 中 발췌 -


그 남자네 집은 누구든지 한번 쯤 들어본 책 이름일거다.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을 정도로

박완서라는 이름을 친숙하게 만들어준 책.

 

당시 읽었을 때는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쉬지 않고 읽었더니 3일만에 다 읽을 만큼 흡인력이 좋은 책이었다.

 

책을 읽으며 느꼈던 마음을 종종
핸드폰 메모장에 적어놓곤 하는데 이 때는

취업준비를 할 때였나보다.

'자소서 좀 이렇게 열정적으로 쓰고 읽어보지 싶었지만,
자소서처럼 피상적인 인간을 표현하는 것보다

구구절절한 인간의 인생을 담은문장 하나하나에

마음 저리는 내가 맘에 들어 더이상의 자책은 하지 않았다.' 라고 적혀있다.

 

소설은 읽고 싶고 쓰기 싫은 자소서는
치워버리고 싶은 마음이 듬뿍 담겨있다.

 

각설하고, 소설 그남자네 집을 소개해보자.

후배가 이사간 서울의 한 동네가

그 남자네 집이 있었던 곳이라는 것을 알게되며
추억은 거슬러 올라간다.

 

그 남자(현보)는 그녀의 먼 친척이었고,
한 살 연하의 풋풋한 고등학생이다.
당시 한국전쟁이 났던 때라 전쟁이 지나간
서울의 모습은 여자의 인구가 남자의 곱절이 될만큼
돌아오지 못했던 병사들이 많았고,
그 남은 병사들 조차 병들고 다쳐 온전히 돌아올 수 없었다.


주인공의 오빠와 아빠도 그랬고,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랬기에 그 남자는
자신만 천벌을 받았다는
느낌은 그리 받지 못했다고 씁쓸히말했다.
누구보다 나은 천벌도 아니었고, 못한 천벌도 아니었다.

그 남자는 상이군인이었고,
미군부대로 출근하던 주인공 그 여자는
은행원과 만나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한다.
그 남자와 여자는 서로의 첫사랑이었을 뿐,
그 이상을 꿈꾸기에 현실은 너무 불안정하다.
(이 책은 시대적 아픔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당시 생활이 세밀하게 묘사되어있다)  

 

시대적 수난을 극복하는 등장인물들의
비현실적인 모습보다

끼워 맞춰살아가는 안타까운 모습 속에
진정한 그시대의 사람들이 살아 숨쉬는 모습이 보여진다.

 

 

그 남자를 다시 만나는 장면은 내가 봐도 마음이 졸여진다.
들뜬마음을 가지고 함께 놀러가자는 약속을 잡았지만
그 남자는 갑작스런 실명으로,
그들의 첫사랑이 슬프지만
더 아름답게 남게 되는 계기가 된다.
세월이 지나 4남매의 엄마가 된 주인공은,
친정집에 드나든다는 그 남자의 소식을 듣고 전화를 건다.

살다보면 그렇게 잊혀지는 것일까
계속되는 반복은 정말 10년을 1년처럼 만들어 줄 수 있을까?

 

두근거림도 설렘도 무뎌지는 날들이 지나가고

그들은 재회한다. 풋풋했던 첫사랑의 느낌과
다른 느낌으로 서로를 마주본다.


주인공 그 여자는 그 남자가 자신의 늙고
망가진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에 안도를 하는 것 처럼
그 남자가 친정집에 드나들며 그 길을 익히고
장님이 아닌 것마냥 행동하려는 그에게
미련 갖지말고 옛 추억을 잊은 다음
다시 시작하라는 모진 말들을 남긴다. 

그 남자의 어머니가 돌아가시던 날
둘은 마지막으로 다시 만나고
남자는 어머니의 생전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흘린다.

첫사랑의 빛은 바래
담담한 포옹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암시한 후  
책은 마무리 된다.

책 안에선 둘의 이야기 말고도
미군 부대에 일자리를 소개시켜줬던 춘희 이야기,
시어머니 이야기도 나온다.

소설 속 춘희와 주인공 둘 다 미국부대에서 일했지만
살아가는 모습은 확연히 달랐다.
중절수술을 몇번이고 하며
결국엔 미국으로 건너가 살게된 춘희에 비교하면
주인공은 초라해보일 수 있지만
춘희는 양공주로 불리며 살아왔던
그 아픈 추억을 잊지 못한다.

마지막 장의 취한 춘희는
마음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위로받고 싶어하는 아이 같다.



'과정'을 그린 소설이라 마음에 들었다.

'좋았던 시절이 있었고 지금의 내가 있다'가 아닌
좋았던 시절의 소녀가

시집을 가며 다른 집안에 익숙해져가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지금의 내가 자유를 찾고 싶던 그 타이밍에

그 남자를 만났기 때문에

운좋게 돌파구를 발견한 것 처럼 그렇게 기뻐했던 것 같다.

왜이리도 공감이 잘되었던 건지 잘 모르겠지만
현보를 만나러가는 길에서 그 발걸음을 합리화하는 모습도,

어울리지 않는 환경에 꾹꾹 나를 눌러 담아 맞춰내는
주인공의 모습에 공감을 넘어 연민이 느껴졌다. 

작품의 줄거리 뿐만 아니라
비유나 세밀한 표현들이 인상깊다.

시간날 때 책장에서 부담없이 집어들 수 있는 책을 만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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