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세대차이를 극복한 펜팔 '쇼코의 미소' 줄거리 / 최은영 소설

2021. 4. 29. 22:31무한취미/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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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pinterest




책을 다 읽으면 꼭 리뷰를 남기자고 다짐했다.
2021부터 내 포괄적인 목표는 '소비자+생산자가 되자' 였는데 글을 쓴다는게 쉽지 않다.
작가, 소설가를 포함한 글쓰는 모든 직종을 존경한다.

쇼코의 미소는 3월 짧은 연휴 전에 이미 다 읽은 책이었는데 이제서야 후기를 쓰게됐다.
조금만 더 '내가 해야하는 일에' 부지런해지자. 하고싶은 일에는 이미 부지런하니까..!

'쇼코의 미소'는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보고 마음에 들어 바로 밀리의 서재에서 다운받아 읽었던 책이다.
첫인상보다 담담한 문체로 쓰여진 글이었지만 나는 이런 소설이 정말 좋다.
꾸며내지 않아도 아름다움이 드러나는 소설.

1화 : 쇼코의 미소


"영화 일이 꿈이었다면, 그래서 내가 꿈을 좇았다면 나는 적어도 어느 부분에서는 보람을 느끼고 행복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단지 감독이 되겠다는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마음에도 없는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들었다. (중략)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이미 죽어버린지 오래였다. 나는 그저 영화판에서 비중있는 사람이 되고싶었다. 시나리오를 썼지만 이야기는 내안에서부터 흐르지 않았고 그래서 작위적이었다. 쓰고싶은 글이 있어서 쓰는 것이 아니라 써야하기에 억지로 썼다."

우울증에 걸린 쇼코를 못마땅해했지만 정작 소설 속의 '나'또한 비슷한 처지였다. 쇼코의 미소



"새벽에 눈을 뜨면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우리가 밟고 있는 이 단단한 땅도 결국 흘러가는 맨틀 위에 불완전하게 떠있는 판자 같은 것이니까.그런 불확실함에 두 발을 내딛고 있는 주제에, 그런 사람인 주제에 미래를 계획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니."

'나'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느끼는 주인공의 감정 <쇼코의 미소>



쇼코의 미소 단편 소설 중 1편이 바로 쇼코의 이야기다.
일본과 한국의 교환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된 서로는 그 후로도 계속 연락을 주고 받으며 인연을 이어나간다.
'나'의 할아버지는 그 시절 배운 일본어를 유창하게 사용하며 쇼코와 일본어 펜팔친구(?)가 되고,
그 안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는 할아버지와 쇼코만 안다.
쇼코는 원하던 대학에 가지 못하고 쇼코의 외할아버지를 보살피기 위해 고향의 대학교에 진학하게 되고, 이후 연락이 되지 않는다. 쇼코를 방문했던 나는 그녀가 이전같지 않다고 생각하고 그녀를 뒤로한채 한국으로 돌아온다. 이후 나의 방황과 외할아버지의 죽음으로 힘들어하던 중에 쇼코가 한국으로 오고, 할아버지와 나누었던 그간의 편지들을 함께 이야기하고 나누며 이야기는 마무리 된다.

이후 에피소드들은 인용구들을 통해 간략하게 보여주도록하겠다.
소설은 유려한 문장들로 잘 쓰여졌다.
나는 특출난 문장들보다 상황안에서 사람들의 심리를 정확히 간파한 문장들을 좋아한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투이의 유치의 말과 행동이 속깊은 애들이 쓰는 속임수였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런 아이들은 다른 애들 보다도 훨씬 더 전에 어른이 되어 가장 무지하고 순진해보이는 아이의 모습을 연기한다. 다른사람들이 자신을 통해 마음의 고통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각자의 무게를 잠시 잊고 웃을 수 있도록 가볍고 어리석은 사람을 자처하는 것이다. 진지하고 냉소적인 아이들을 어른스럽다고 생각했던 그 때의 나는 투이의 깊은 속을 알아볼 도리가 없었다."

베트남 전쟁 이야기로 두 가족이 멀어진 후 다시 투이를 만난 '나'<씬짜오, 씬짜오>

베트남 전쟁이라는 역사적 아픔을 개인의 아픔으로 표현했다. 당사자들이 아니라도, 노력할지라도 잊기 힘든 것은 힘든 것이 맞다. 우리의 잘못이 아니지만 우리의 잘못이다.


여러 편 중 공감도 되고 마음이 절절 아렸던 한지와 영주, 어떤 이유에서 한지가 영주에게서 멀어졌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끝까지 한지를, 한지의 감정을 배려하던 영주의 모습.

"시간이 지나고 하나의 관계가 끝날 때마다 나는 누가 떠나는 쪽이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생각했다. 어떤 경우 나는 떠났고, 어떤 경우 남겨졌지만 정말 소중한 관계가 부서졌을 때 누가 떠나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알 수 없었다. 양쪽 모두 떠난 경우도 있었으며 떠남과 남겨짐의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도 많았다."

한지의 마음을 전부 알 수 없지만, 이상하게 둘 마음이 전부 이해가 돼 슬플수 밖에 없었던 <영주와 한지>


"네가 왜 이러는지 묻지 않을게. 알게 된다면 마음은 후련해지겠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겠니. 내가 너에게 잘못한 게 있다면, 용서하고 용서하지 않고는 너의 자유야. 나의 잘못 때문도 아니라면 너의 사정 때문에 이러는 거라면 그게 무엇이든 나는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누군가의 말 때문에 날 오해했다면, 내 진심을 보지 못했다면 그건 정말 안타까운 일일거야"

한지의 마음을 먼저 생각하는 '나', 그리고 오해를 풀어버리고 싶지만 조급하지 않은 '나'의 모습 <한지와 영주>




떠나기 전 보내지 못한 편지에 '내 적막한 마음에 함께 있어줘서 고마웠어 한지, 네가 앞으로 살아갈 시간에 축복이 가득하길. 망각의 축복을, 순간순간마다 존재할 수 있는 힘을 낼 수 있기를'이라는 말을 남긴다.


마지막 해설이 말해주듯 이 책을 잇는 획은 '정서적 공감을 통한 유대의 형성'이다.
마지막 해설 부분을 인용하자면 이렇다.
'때로 그것은 한지와 영주에서 처럼 중심인물들 사이에서 부정적이거나 혹은 공감 형성의 정점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이런 예외적인 경우에서조차도 서사의 초점은 여전히 사람들 사이의 공감과 유대에 놓여있다. 그러니 그 정점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는 있을 수 잇으나 그런 초점이 만들어지지 않은 서사는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이다.'



"여자는 노인들을 볼 때마다 그런 존경심을 느꼈다. 오래 살아가는 일이란, 사랑하는 사람들을 먼저 보내고 오래도록 남겨지는 일이니까. 그런 일들을 겪고도 다시 일어나 밥을 먹고 홀로 길을 걸어나가야 하는 일이니까."

세월호 사건을 작품속에 잔잔하게 녹여낸 <미카엘라>

평론가는 책의 마지막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찜질방에서 만난 노인의 손녀도 아니고, 그 노인의 친구의 손녀가 세월호 사건으로 세상을 떴다는 것이다. 그래서 노인의 친구는 넋이 나갔고, 노인은 그 넋이 나간 친구를 찾아 광화문으로 간다고 했다. 엄마는 또 그 노인을 따라 광화문으로 가는것이다. 그리고 엄마를 기다리던 딸은 또 텔레비전에서 본 엄마의 흔적을 찾아 광화문으로 간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우리에게 관련 없는 일은 없다. 어떤 것을 통해서든 하나로 묶여있는 우리를 강조한다.


"그(남편)가 세상에 소용없는 사람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자는 세상의 그 많은 소용 있는 사람들이 행한 일들 모두가 진실로 세상에 소용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남자, 남성의 무능력함이 소설 전체에서 드러난다. <미카엘라>

하지만 소설 속의 아내들은, 자식들은, 그 무능력한 남성들을 끌어 안는다. 원망하지 않고 차라리 이해하려 노력한다. 그 남성들을 품에 안는 것 또한 작은 유대 이다. 유대, 연대, 인간의 삶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이 하나로 귀결된다.

곱씹고 싶은 책을 만났다.
일상 생활 속에서도 다른 시각으로 사람과 사회를 바라보겠습니다.
책을 통해서 많은 가르침을 주세요 작가님 또 책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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