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여행 준비물 리스트? 이 책 한 권과 마음가짐이면 끝! '모든요일의 여행'/ 김민철

2021. 11. 12. 17:05무한취미/독서

반응형

안녕하세용 !
지난번에 소개해드렸던 '모든 요일의 기록'의 시리즈
'모든 요일의 여행' 책도 소개하고 싶어
이렇게 글을 써보려고 합니당


위드 코로나로 마음에 담아두었던
답답함이 조금 풀리긴 했지만
그래도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여행하고 싶은 그 감정을 해소해주진 못하죠.
2년전만해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새로운 곳,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날씨를 만끽했었는데..

곧 그런날이 올 거라 믿고,
곧 그런날이 오면 이 책처럼
다시 여행하리라 다짐해봅니다:)

여행 스타일에서 비슷한 면이 있어
공감하고 또 공감했던..책이었어요
(전형적인 계획쳐돌이,,계획대로 되어야 직성이 풀리는 나)
계획대로 되지 않는 여행이 대부분인데,
그게 안됐다고 기분나빠하고
떼쓰는 내 모습을 거울로 보는 것 같았거든요.



1. 반성문을 쓰는 여행, 내가 나를 돌아보는 여행

문제는 내 욕심이었다.
스물일곱 시간이 걸려 도착한 도시였고,
그게 하필 파리였고, 마침 도착한 시간이 이른 아침이었고,
그날이 하필 프랑스 혁명 기념일이었고,
그렇다면 에펠탑에서 불꽃놀이가 있을테고,
파리와 에펠탑과 불꽃이라니!
결국 나는 또 욕심을 내고 있었던것이다.
좀 쉬어도 됐을 텐데, 좀 천천히 가도 됐을 텐데,
남편이 눈에 띄게 지쳐가는 걸 인정해야 했었는데,
솔직히 에펠탑 불꽃놀이 따위는 건너뛰어도 됐었다.
집 앞 불꽃놀이에도 관심이 없으면서
왜 멀리까지 날아와서 이고생일까.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
길목마다 경찰들이 막아선 이 에펠탑 근처에서,
지하철도 못타고 걸어서 또 걸어서
에펠탑 앞에 겨우 도착해서,
걸으면서도 졸고 있는 남편을 애써 무시하면서까지
내가 얻고 싶은게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기껏해야 에펠탑 머리만 살짝 보이는 풀밭에
겨우 자리를 잡고 도대체 뭐 어쩌겠다는 건가.
해가 저물어야 불꽃놀이가 시작되기에
아직 다섯 시간은 더 기다려아 하는데,
나는 여기서 어쩌겠다는 건가
-반성문을 쓰는 여행 中 -

작가의 머리 속에 내가 들어가 있는 것 같은 심정.
그게 아니라면 인터넷을 뒤져 작가의 MBTI라도
알아내서 나와 같은지 알아내고야 말겠다는 마음이 들정도로
그냥 나였다.
유려하게 풀어내지 못해 항상 안타까웠는데,
닥친 상황과 반성하는 마음 전부 다.
여행을 가면 딜레마처럼 고민하던 내용이 눈앞에 그려진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쉴틈없는 계획안에서
숙제처럼 하루하루 일정을 소화해내다보면
여행 마지막에는 내가 도대체 뭘하러 여기왔지..생각이 든다.
동행들은 이미 지쳐있고 불만의 목소리를 내뱉기 시작한다(사실 그래서 혼자 여행을 많이 다녔다.
남들 고생시키고 내 기분 상하기 싫어서)

지친 마음을 끄집어 나가게 하는 문장은
어떻게 온 곳인데.. 여기와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였다.
그런데 정말 아이러니 한 것은
한시도 쉬지 않고 다녔던 곳보다
그냥 가만히 앉아서 쉬었던 공원, 카페,
일정대로 돌아다니다 길을 잃은 곳들,
돈을 아끼려 걸어다녔던 길목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 예전 기억을 돌아보며 또 반성하게 되네.
현생을 숙제처럼 살다가 해방하려고 온 여행에서
스스로 숙제를 만드는 나..



모든 행복은 우연히 마주치는 것이어서
그대가 길을 가다가 만나는 거지처럼
순간마다 그대 앞에 나타난다는 것을
어찌하여 깨닫지 못했단말인가.
그대가 꿈꾸던 행복이 '그런 것'이 아니었다고 해서
그대의 행복은 사라져버렸다고 생각한다면 -
그리고 오직 그대의 원칙과 소망에 일치하는
행복만을 인정한다면 그대에게 불행이 있으리라.
-앙드레 지드, [지상의 양식] 중-

여행은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봐도 괜찮은 시간이다.
이 순간 만큼은 스피드로 승부하는 순간이 아니니까.



2. 단골집을 향해 떠나는 여행, 기대보다 소중한 현재

진실이 항상 비극은 아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진실을 맞닥뜨렸다.
그리고 이 진실이 나는 마음에 든다.
상상보다 훨씬 더 풍성한 진실이었다.
새 생명과 눈물이 흐르는 진실이었다.
떠나지 않았다면 결코 몰랐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도 모르는 진실을 찾기 위해
끝없이 떠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영원히 여행자로 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이 나의 진실이다.
그리고 나는 이 진실이 진실로 마음에 든다.
-단골집을 향해 떠나는 여행 中-

이 이야기는 작가의 책 '모든요일의 기록'과 연결되는데
작가가 3년전 갔던 여행지의 단골술집으로
다시 떠나는 여행의 이야기다.
얼마나 설렜을까? 그들을 다시 볼 수 있다는게,
그 행복했던 기억속으로 다시 들어갈 수 있다는건
생각만해도 설레고 벅차오른다.
내가 갔던 여행지 중에도 그런 곳들이 있다.
다시 그 땅을 밟을 수 있을까 생각만해도 뭉클한 곳들.
부모님에게 이 멋진 곳을 꼭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한 곳들. 너무 많다.
그런데 작가는 그곳에 결국 다시 가보는 엄청난 경험을 했고, 진실은 기대와 달랐고, 진실은 비극이 아니라는 문장을
글이 시작되는 곳에 적어둔다.



단골집의 주인은 작가를 기억하지 못했고,
그간의 기대가 산산조각 난다.
작가의 여행은 술집 주인의 일상이었다는 것을
그때서 깨닫는다. 내 머릿 속에서만 부풀어있었던 상상,
여행날이 다가오면서 부여했던 과장된 의미들
이 깨달음으로도 이번 여행은 의미가 있다.
이래서 가야한다 여행을.



3. 주름살 없는 여행, 남의 떡 말고 내 순간을 더 기억하기

남의 여행은 남의 떡이다.
언제나 더 커 보이고, 언제나 윤기가 흐른다.
흠집은 좀처럼 찾아지지 않고, 부러운 행운만 넘쳐 흐른다.
어쩜 그 여행의 풀밭은 그토록 푸르른지.
남의 여행을 직접 이야기로 듣는 시대를 지나,
이제 블로그에서, 각종 SNS에서
남의 여행을 보게 되면서 이 증상은 좀 더 심각해진다.
아퓌 맥락 따위 존재할 수 없는 그 찰나의 사진 한 장을 보며 우리는 여행에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주름살을 제거해버린다. 저 여행은 모든 것이 풍족해.
- 주름살이 없는 여행 중-

작가는 햇빛 알레르기가 있다.
이렇게 여행을 잘다니고 좋아하는 사람한테
이런 구석이 있었다고?
책 말미에 나오는 이 이야기는 잠시 나를 멍하게 만들었다.
주구장창 자기 여행 이야기로
책 한 권을 풀어쓰는 동안 상상도 못할 말이었다.
햇빛 알레르기는 더운 나라를 여행하는 것,
햇빛이 쨍쨍한 여름날 야외 수영장에 나가 수영하는 것,
사람 많은 한낮 광장에서 하릴없이 행인들을 바라보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 것인데..
나도 작가의 여행이라고 해서 당연히 좋은 기억만 있는 여행,
흠집없는 여행이라고 여겼구나.
하다못해 한 권의 책에서도 발견하지 못했던 흠인데,
한 장의 인스타그램 스토리 사진이면 어떨까?
결백하게 표현할 수 있겠지, 그걸 부러워 하는 수많은 팔로워들이 존재하고, 또 그런 흠없는 사진구도로 사진을 올리고.

이게 싫어서 인스타그램 같은 SNS를 그만 뒀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재밌는 동영상들도 많이 보지만
그늘없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와 남들을 자꾸 비교했었다.
내모습도 충분히 만족할만한 삶인데
나는 왜 이것도 못해보고, 저것도 못하고
나는 회사에 다녀서(회사에 못다니는 사람들도 많은데)
새로운 활동도 못해보고, 저사람은 왜이렇게 말랐고,
그냥 이 모든게 거짓말이고 상술인걸 알면서도.

햇빛이 있으면 당연히 그늘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고 싶었다.


이 책에는 소개했던 이야기보다 주옥같은 페이지들이 많다.
손이 안닿는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느낌을 받은건
글로 표현하지 못하고(혹은 귀찮아서 표현하지 않고)
마음에만 담고 있었던 생각들을
작가가 나서서 설명해주니까,
생각보다 정확하고, 합리적이고, 간결한 문장들로.

한 여행지를 소개해주는 에세이가 읽고 싶지 않았던 건
그 여행지를 내가 먼 훗날 갔을 때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보고
작가가 언지해준 방향을 기억하고
거기만 따라가버릴까 같은 우려 때문이었는데
그런 책이 아닌 것도 여러모로 좋다.
이렇게 생각이 담긴 책이 좋다.
풍요롭다. 여행 때문에, 생각 때문에.




p.s 오늘 책리뷰에 들어간 사진들은
내가 여행다니며 찍었던 사진들로 골라보았다.
그 때로 돌아갈 순 없지만 그 기억때문에 오늘도 행복했으니 만족!
끝!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