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29. 09:55ㆍ무한취미/독서
구로구(사실 영등포구) 주민으로서
가장 좋은 점은 도서관 시스템인데,
구로구 내의 도서관 끼리 연계해
상호대차(우리집과 가까운 곳에 있는 도서관에서 다른 도서관에 있는 책을 받아보는 것)나
스마트도서관(역내 책 자판기(?))에서 상호대차 시스템을 이용 할 수 있다
맨날 스마트 도서관 인기 대출순위에서
책을 빌려보다가,
요새 아래 '지혜의 등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책을 검색해보고 있는데
읽고 싶은 책(다른 도서관에 있는)을 예약하면
이틀 안에 신도림역 내에 있는 스마트도서관에 배송되고
집 올때 예약신청한 도서를 찾아 오면된다..(진짜 좋은 시스템)
자격증 공부하기 전에
읽고 싶은 책 많이 읽어야지..
이상하게 데드라인이나 시험을 앞두고 있으면
조금 재밌을 책도 많이 재밌게 된다(참나)
서론이 길었는데
오늘 소개할 책은 아무튼 시리즈 46번째 책(앞으로도 계속 나올라나?)
'아무튼 무대'라는 책이다
아무튼 시리즈가 이렇게 많았다니. 이 책으로 말미암아
코난북스라는 출판사도 알게 되고, 이렇게 보석 같은 에세이 작가도 알게됐다
책을 덮으며 드는 생각은 앞으로 무대의 크기나 관중수를 논하기 전에
무대라는 곳에 작품을 올리기 까지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노고를 먼저 생각해보게 될 것 같다는 것.
카이스트 대학생에서 작가가
진로를 바꾸고, 그 진로를 밟다 쓰는 첫 에세이집이라 그런지
잘 가던 곳에서 경로를 틀었을 때의 고뇌,
일을 할 때의 순수한 즐거움, 그 안에서의 어려움을
솔직하게 담아냈다
큰일났다. 이런 대단한 걸 보았으니 이제 예전의 삶으로는 돌아갈 수 없겠구나.
그렇게 그 순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 무대구나' 하고,
아마도 영원히 지속될 사랑이 시작되었다.
책에서 인상적인 부분을 보면
표시를 해놓기 보다 찍어 놓는 편인데
- 이유 1 : 도서관 책일 경우/중고서점에 팔 경우 낙서하면 최상 등급을 못받기 때문에
- 이유 2 : 밑줄 긋고 옆에 뭐써놓고 해도 다시 그 책을 펼치지 않는 이상 잊어버리기 때문에
읽으면서 한 장 한 장 전부 찍고 싶다, 생각한 책은
오랜만이었다
삶이 지루하거나 변화가 필요할 때
연극이나 보러갈까 라는 소리가 한번씩 나오는 사람이고
요새 뮤지컬/연극 관람을 취미로 가졌던 동료 덕택에
조금씩 '알못' 상태를 벗어나고 있는 사람으로서
새로운 분야를 탐구해보고싶다는 두근거림을
가져다준 책.
(나처럼) 공연 관련 직종도 아니고 취미도 아닌 사람들이 읽어도
거부감 없이 편하게 다가온다
아마도 그 이유는 작가의 전공 전환(비전문가→전문가)이나
무대 뒷이야기는 물론이고
개인적인 스토리(이사, 출산 등)까지 들어있는
무대와 작가 개인의 삶을 한번에 담은 책이어서 그런 것 같다
오히려 좋아,
정말 오히려 진심이 느껴졌다
작가는 난임치료기 때 힘든 시간을
비극적인 오페라 극을 보며 견뎠다고 쓴다.
(작가는 이를 '오페라 테라피' 라고 이름 붙였다)
바스넷에게 마사두의 시가 있었다면 나에게는 오페라가 있었다
누구의 슬픔이어도 괜찮았고 어떤 종류의 고통이어도 상관없었다
그저 그 깊은 감정을 정제된 형식으로 붙잡아 표현해주기만 하면 됐다.
흐트러짐 없는 아름다움으로 말이다.
울 땐 울더라도 짐승의 소리로 울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사람의 내밀한 감정을 응시하고 표현하는 일이 업인 이들의 목소리가 필요했다
아름다운 소리로 나 대신 정교하게 울어주길 바랐다.
나에게는 '000 테라피'가 있을까?
나를 대신해서 울어줄 어떤 것, 내 날 것의 슬픔을 대변하기 적당한 것.
이런 것들을 잘 찾아내어 주변에 배치하는 것도
힘든 시기를 극복할 수 있는 소소한 터닝포인트들이 된다.
(나는 초콜렛 테라피야? 먹는 거 그만..)
작가가 오페라 자막을 다듬으면서 생겼던 일,
무대를 올리기 위해 해외에서 받았던 무대 장치들이
사라진 일, 그걸 가지고 오느라 그 장치를 반으로 갈라야했던 일,
농인들을 위한 영국 오페라, 수어 오페라 등
작가가 무대를 보고 만들며 있었던 일들을 책에 꾹 눌러담았다
항상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일(1년마다 일이 조금씩 바뀌긴 하지만)을 하는 나는
이런 일들을 읽으면서 가슴이 두근거린다
(설레는 가슴 두근거림이 아니라 불안의 두근거림)
나는 아마 지치거나 힘들지 않을까? 또 일이 그르쳐지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달고 살텐데
즉흥적인 일들을 간헐적으로 실천하며
작은 즉흥만 허용하려고 하는 나를
풀어놓고, 열어놔도 괜찮다고 다독여주는 책 같았다.
나는 일상에서 나를 옥죄어두니 무대의 즉흥성을 통해
해방감을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공교롭게 다음 달에 뮤지컬 2개를 예매했는데
(아마도 회사 체육행사도 뮤지컬 관람을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더 기대가 된다.
P.S 이 책을 읽는 중에는 꼭, 유투브로 해당 오페라 음악이나 합주 등을 찾아보면서
BGM으로 깔고 읽기를 권한다. 책에 후루룩 빨려 들어갈 수 있으니 주의!
'무한취미 >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리뷰]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무라카미 하루키/위스키의 향기를 찾아 떠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성지여행 (0) | 2023.05.01 |
---|---|
[책리뷰] 1차원이 되고 싶어 - 박상영 지음/ 청소년 퀴어 소설 / 문학동네 (2) | 2023.04.30 |
[책리뷰] 인생책 / 밝은밤 / 최은영 지음(21년 대산문학상 수상작) / 소설 추천 (0) | 2023.04.17 |
[책리뷰] 직장인 책 추천 /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이야기 2. 정대리, 권사원편 / 출근길 책 추천 (0) | 2022.12.17 |
[밀리의서재/윌라 오디오북 추천] 부자의 그릇 / 돈을 다루는 능력을 키우는 법 / 이즈미 마사토 지음 (2) | 2022.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