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30. 09:11ㆍ무한취미/독서
22년 서점인이 뽑은 작가 선정,
인터내셔널부커상 노미네이트,
퀴어 소설 작가 등
작가 박상영을 칭하는 수식어는 많은데
왜 나는 이름만 익숙했던거지?
아무런 정보 없이 단지 표지가 맘에 들어
스마트도서관에서 빌렸던 책
코로나 시기 전까지 꾸준히 수영을 했던 사람으로서
유유히 물에 떠다니는
(사실 저 자세는 지속하기가 쉽지 않지만)
모습이 책 제목 '1차원이 되고 싶어' 와 잘 어울렸다
(수영을 하다보면 잡생각이 없어지고,
잠영을 하다보면 그 작은 잡생각도
전부 사라지는 시기가 온다)
“우리가 속한 차원의 세상이 멈춰버렸다.”
십대들의 사랑이 그려내는 새로운 파문과
깃털처럼 쏟아지는 환희의 순간들
한국과 이탈리아의 월드컵 16강전이 벌어지던 2002년의 여름날, 남들과 다른 정체성을 자각하며 세상으로부터 떨어져나와 텅 빈 독서실에 혼자 앉아 있던 ‘나’에게 거짓말처럼 누군가가 나타난다. “새하얀 얼굴과 구레나룻 없는 깔끔한 스포츠형 머리에 검은색 민소매 티를 입은”(41쪽), 모두가 대한민국의 8강 진출을 기원하는 그 순간 한가롭게 〈중경삼림〉을 보는 남자, 윤도. 그런 윤도를 힐끗거리던 ‘나’에게 윤도가 먼저 말을 걸어온다. 알고 보니 그는 ‘나’와 같은 학교일 뿐 아니라 이미 ‘나’에 대해 알고 있었다. 떠들썩한 바깥의 소음과 단절된 채 오로지 눈앞에 서로만이 존재하는 순간. ‘나’와 윤도의 인상적인 첫 만남은 마치 청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는 이를 설레게 한다. ‘나’는 여름내 윤도와 함께 수영장과 오락실 노래방을 오가고, 둘만의 아지트인 컨테이너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기 위해 “모범생의 가면”(25쪽)을 쓰고 살아가느라 우울과 불안에 시달리는 ‘나’는 점점 더 윤도에게 강하게 사로잡히고, 윤도는 그런 ‘나’를 아무렇지 않은 듯 대하면서도 오래도록 잊을 수 없는 말들을 속삭여준다.
“너는 살면서 제일 두려운 게 뭐야?”
나는 매일 밤 침대에 누울 때마다 천장의 네 귀퉁이에 서린 그림자가 온몸을 짓누르는 듯한 고통에 사로잡히곤 한다고, 얼마나 많은 밤 동안 이 천장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야 할지 생각하면 모든 것들이 견딜 수 없이 막막해진다고 말했다.
“그럼, 우리 1차원의 세계에 머무르자.”
네 말을 이해할 수 없어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너와 나라는 점, 그 두 개의 점을 견고하게 잇는 선분만이 존재하는, 1차원의 세계 말이야.”
(130쪽)
“운명의 붉은 실”(121쪽)처럼 윤도에게 얽혀들수록 ‘나’는 마음의 평정이 무너져내리고,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윤도는 ‘나’를 정말로 좋아하는 걸까? 윤도의 마음은 무엇일까. ‘나’는 윤도와 오래도록 행복할 수 있을까?
- 출판사 서평 발췌 -
퀴어를 빼고 이야기 할 수 없는 소설이지만
그보다 청소년기의 외부적인 요소
(성정체성, 가난, 외모, 성격 등의 콤플렉스)를
남들에게 들키기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시간들을 서술하는데
나의 그 시간들이 떠올라서 괴롭기도 하고
어른이 되서야 뭘 그렇게까지
감추려고 했을까 라고 생각들기도하고
(그 땐 그렇게 큰 문제들이었는데)
성정체성을 밝힌 작가가 쓴 작품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작가가 느꼈던 감정들이
풀어내진 것 같다라는 느낌이 들었던
부분들이 몇몇 있었다
내가 맞는지 고뇌하는 순간들,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쉽사리 어떤 곳에서도
자기의 의견을 드러내지 못하고
나서지 못하는 순간들이 안타까웠고 절절한 진심이 느껴졌다
나와 작가는 비슷한 시대를 살아서(내가 좀 늦긴 하지만)
식빵과 생크림을 무제한으로 주던 캔모아,
미니홈피, 삼선슬리퍼, 야자, 심화반 등등
(지금도 하는 것들이려나)
그 때를 떠올리기 충분한 요소들이 반가웠다
머리 속에 그려져 몰입이 잘 된 것 같기도.
하지만..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자면)
소설의 시작점에 있는 백골 시신,
1004로 편지를 보내는 익명의 사람,
퀴어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의 등장인물,
다소 억지스러운 우연의 일치(무늬-나미에-태란의 관계)
다양한 주변인들(태란,태리,무늬,희영,나미에 등)로
읽는데 혼란스럽긴 했다
윤도와 나의 관계를 표현하는 것에 집중되어
전체적인 서사가 관계의 시작에서
종결의 방식으로 흘러갈 줄 알았는데
중간에 주변인들 사이에 부수적인 사건들이 있었고
(그리고 그게 구체적이지 않아서)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 뭘 말하고 싶은지 파악하기 힘들었다
퀴어소설을 빼고 말하자면
더 냉정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퀴어 소설이라서 그럴 수 있지,
다른 소설과 다를 수 밖에 없어'라는
긍정적인 선입견이 없었다면
더 신랄한 실망과 평가가 나왔을 수도...
마지막에 작은 반전과(백골시신이 태리가 아니었다는 점)
희영이의 조연→주연 탈바꿈은
나를 놀래키기보다는
'뭐야 이거, 이거 맞아?' 이런 반응을 불러옴..
(미스테리 추리소설에 발만 담근 느낌..)
가독성은 좋았고(이틀만에 다 읽음)
박상영 작가에 대해서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 책을 출판하고 찍은 유투브 같은 것도 찾아봄)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내 취향은 아니었음
P.S 왠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고
데미안을 다시 읽고 싶어졌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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