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밤의 유서' - 요슈타인 가아더 지음/ 북유럽소설/짧은 철학소설 추천/구로 지혜의 등대 상호대차 이용

2023. 5. 9. 23:34무한취미/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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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또또또 신도림역 스마트도서관에서 
상호대차를 통해 빌린 책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당
이제 지혜의 등대 없인 못살아..


 
https://lib.guro.go.kr/

구로통합도서관 지혜의 등대

lib.guro.go.kr

 
오늘은 동료 추천을 받아 읽은책인데
주말을 이용해 호다닥 읽어보았어요?
책이 두껍지 않아 철학소설인데도
불구하고 쉽게 읽힌다는게 장점입니당
(각잡고 읽으면 반나절 안에도 읽을 수 있음)
화자도 이틀동안 오두막에서 이 글을 쓰며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화자도 이틀만에 쓰고(작가는 이틀만에 쓰지 못했겠지만..)
독자도 이틀만에 읽는 책이라구요 🙃
 
 
철학책이라고 말하기엔 거창하고 
수필형 소설이라고 하기엔 삶과 죽음을 고찰하는 내용이 
담겨있어서 그 중간이라고 보시면 될 듯?
 
요슈타인 가아더는 노르웨이 작가인데, 
작가가 쓴 유명한 소설로는 '소피의 세계'가 있다고 해요
저는 아직 안 읽어봤는데,
이 책 또한 소설로 읽는 최고의 철학책이라는
부제목이 붙을 만큼 괜찮은 책인가봐요?
(갑자기 읽어보고 싶어짐)
 
 

철학이 실체 없고, 무용한 것이며 심지어 난해하기까지 하다는 이유로 대중과 거리가 멀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십여 년 전,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철학의 대중화를 이룬 사람이 있다.
바로 『소피의 세계』의 저자 요슈타인 가아더다.
그는 최신작 『밤의 유서』에서 한층 더 성숙한 철학가의 태도로 삶과 죽음을 고찰한다.
그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조언하는 대신
짧은 이야기를 통해 아름다운 삶을 그저 보여줄 뿐이다.
철학적 사색을 나열하지 않고, 독자들이 스스로 체화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통해 전달하는 방식이 바로 이 책의 핵심이다.

『밤의 유서』는 주인공인 알버트가 자신이 불치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고 난 직후,
추억이 깃든 오두막에 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이틀에 걸쳐 자신을 위해, 가족을 위해, 인류를 위해 유서를 써 내려간다. 

- 출판사 줄거리 요약 中-

 
나이가 지긋하게 든 알버트 할아버지가
자기가 불치병(루게릭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되고
아내와 가족에게 이를 알리기 전에
제손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면
삶을 포기하는 것이 나을까,
아님 가족을 위해 생을 연명하며 살아가야할지를 고민한다
 
그 과정 속에서 배우는 삶, 죽음, 그리고 존재의 이유.
알버트는 아마추어 천문학자로서
우주 탄생 원리 또한 끌어들여 존재의 이유를  찾아간다
 

비록 지구형 행성이 끝없는 사막에 흩어져 있는 한줌의 다이아몬드처럼 매우 희귀하다고는 하나,
빅뱅이 백삼십칠 억년 전에 있었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그곳에서도 언젠가는 생명체가 생겨날 것이 틀림없다.
어쩌면 언젠가는 나와 비슷한 생명체가 생겨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저 우주라는 사막에서 엄청난 가치를 지닌 희귀하고 귀중한 다이아몬드 중의 하나다.

(중략)

자연의 기본적인 힘 또는 기본적인 상호작용-즉 중력, 약력, 강력, 전자기력 등-이ㅜ매우 정교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기에 갖가지 생명체들이 존재할 수 있다.
물론 이들의 상호 균형적 가치가 지금과는 다른 형태로 존재했을 수도 있다.
어쨌거나 균형을 이루고 있는 각각의 매개변수가 조금이라도 달랐다면, 우리의 우주는 천체나 생명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황폐한 불모지의 모습으로 존재했을 것이 틀림없다.
그러한 우주가 존재할 수 있다 해도, 이를 관찰하는 천문학자들은 물론 현재의 우리도 있을 수 없으므로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 없다. 

- 밤의 유서 中 - 

 
우주의 기원과 현재 나의 존재가치를 비교하면서 
써내려간 부분들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내가(나의 지식범위 내에서)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방법으로 존재의 고귀함을 설명했기 때문이다
(알버트는 그럼에도 살아야 하는지 고뇌했겠지만)
 
내가 존재하기 때문에(실존주의 철학 논조와 비슷한) 
이 세계가 존재한다는 건
결국 이 소설의 끝에 알버트가 삶을 선택한다는 걸 의미하는 복선이었을까?
 


 

죽는 것은 두렵지 않다. 오히려 그 정반대다.
내 신체 기능이 하나둘 사라져 결국은 식물인간의 상태로 숨이 끊어질 때까지 살아야 한다는 사실과,
얼마나 오랫동안 그러한 상태로 살아야 하는지 모른다는 사실이 슬프고 괴로울 뿐이다.
매 시간마다 아니 매분 매초마다 내 삶을 타인의 정성과 도움에 의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비참하기 짝이 없다

- 밤의 유서 中 - 

 
이 부분에서 생각났던 건
예전에 재밌게 봤던 책(영화로도 봄) '미 비포 유'.
이 책의 결말과 달리 주인공은 안락사를 선택했지만
알버트의 선택도, 미 비포 유의 남자 주인공의 선택도
충분히 이해가 되는 도무지 답이 없고 그래서 어려운
삶과 죽음, 그리고 인간.
 
결국 알버트의 결정적인 선택을 도와줬던 것은
이 고뇌를 할 수 있게 했던 장소가
풋내기 신입생 시절 아내 에이린과 사랑을 나눴던 
오두막(훗날 알버트, 에이린 부부가 구매하게 된)이고
(그 곳에선 어쩔 수 없이 과거를 추억 하게됨)
죽음을 선택하려느뉴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나
그를 말려준 오두막의 전 주인 크눗 에스페가르드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그 조력들으루있게 해준 건 
멀리 오스트레일리아 땅에 있지만
지금까지 함께 있어준 아내 에이린이었고
(크눗 에스페가르드를 깨워 남편의 생사를 확인하게 한 것도 그녀였으니까)
이는 우주나 질병으로부터 오는 장애를 넘어 
'사랑'과  점철되는 존재의 이유를 알아내게 된다
 

'나'의 죽음(1인칭의 죽음)
'너'의 죽음(2인칭의 죽음)
그리고 '그(그녀)'의 죽음(3인칭의 죽음)

세가지 죽음 중 우리를 
가장 슬프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너'의 죽음,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2인칭의 죽음이다.
고양이여도, 사람이어도 좋고, 꽃이어도 상관없다.
2인칭의 죽음만큼 우리에게 고통을 주는 것도 없다.

“사랑하지 않았으면 그만이다.
'너'를 만들지 않았으면 그만이다.
그렇지만 '너'가 만들어지고 사랑이 시작되었다면,
'나'는 슬픔과 고통을 선고받은 셈이다.” 

-철학자 강신주 해설 中-

 
거시적인 우주론적 관점에서도
미시적인 나의 관점에서도 화자는
죽지 않음을 선택하지만
 
한마디로 정의내리지 못하고
옳고 그름이 없는 외줄타기 같은 결정은  
나이가 적든 많든 쉽지 않아 보인다
 
한가지 덧붙이고 싶은 건
삶과 죽음을 대할 때 감정을 빼놓고 대해본 경험이 없어
(항상 영화, 책에서 죽음과 삶을 대할 때,
죽음은 슬픈 것, 삶은 기쁜 것(죽음에 비해)이라는 감정적인 평가/감상만 들어왔던 턱에)
우주를 대입하고 담담하게 이를 설명하는 게 
처음에는 적응이 안됐다.
해설을 읽고 책장을 덮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해설을 맡은 강신주 작가의 말처럼
사랑이 시작되었다면
그 사랑에 수반하는 슬픔과 고통은
어떻게서는 감내해내겠다는 다짐 또한 필요한 터.
그래, 다짐하고,
유서를 써내려가는 심정으로라도 이겨내야만해.
 




두 번 읽어야할 책이라던데,
언젠가 또 한 번 마음을 다잡을때
필요할 책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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