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임신준비] 나의 결혼과 임신에 대하여 짧은 고찰

2023. 6. 7. 00:10무한도전/임신준비&임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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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터레스트에서 내서타일 그림체 찾음


오늘은 오랫동안 혼자 생각하고 말하지 않았던
임신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글을 써볼까 합니다
 
관악구 보건소에 가서 산전검사를 받은지도 어언 1년
저희 부부는 엠비티아이 대문자 J 들이라 (인티제와 잇프제)
결혼하기 무려 5개월 전부터 산전 검사를 받았답니당 
무사히 결혼식이 끝나고(지난해 9월 말) 
신혼여행도 잘 다녀오고
제대로 된 신혼 생활을 즐긴지 9개월 차,
 
결혼을 하면 피임을 안하고,
자연스럽게 아이가 생기는 건 줄 알았던 저는
지난 3월부터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합니다
처음으로 배란테스트기도 사봤다가
생리 주기가 규칙적이지 않자
(원래도 규칙적이지 않은 사람이었음)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임신테스트기도 사보고
참 마음이 왔다갔다 하는 하루하루들이었어요



 
배란일을 받기 위해 배란초음파도 받아보고
날짜를 맞추기 위해서도 노력해봤지만
평일 내내 회사를 다니는 맞벌이 부부는 
아이를 키우기도 어렵지만 
아이를 갖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왜 출산율이 낮은지, 난임율이 높아지는지도 알게됨)
 
저희 집의 위치는 제 직장에만 근접해있고
남편은 매일 왔다갔다 하기 힘든 곳으로
출퇴근을 하고 있어서
평일에도 회사 기숙사에서 자야하는 날들이 종종 있어요

제 직장 근처에 집이 있는 이유도
결혼하고 바로 아기를 갖게 되면 출산휴가를 쓰기 전까지
출퇴근 길이 힘들면 안되니까.. 였는데
벌써 이 집을 계약한지 1년 째가 다 되었네요
(인생이란 진짜 모르는 일)
 
그렇다고 신혼을 즐기고 싶지 않고
무조건 아기를 가져야겠어 라는 이야기는 아니예요
결혼하기 전과 바뀐 것은
둘이 살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것, 
평일에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 이 두 개 뿐이고 
데이트도 가고 영화도 보고 함께 운동도 가고 
다른 부부들처럼 행복한 신혼 생활을 즐기고 있어요
 


아이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 순간부터 
제가 왜 임신을 기다리는 지에 대해
몇 가지 생각해본게 있는데,
글을 쓰기 앞서 이 생각들은 임신을 간단하고 쉽게 여겼던
저의 오만한 판단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자신감이었을까요?
아니면 단편적으로 지금과 다른 변화를 원해서였을까요?
 
첫 번째, 임신을 하면
제가 술래잡기에서 전속력으로 도망치지 않아도 되는
깍두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회사에서 임신을 하면 업무도 좀 줄여주겠지?
내가 일을 잘 하지 못했을 때,
얘는 임신했으니까 라고 눈감아 주기도 하겠지?
남들에게 일 넘기기도 쉽겠지?
일을 쉽게 쳐내지 못하는
제가 '임신했다'라는 방패막에 둘러 쌓이고 싶었나봅니다
 



두 번째, 남들이 보기엔 코웃음 칠 수도 있지만
천성이 먹는걸 좋아하는 저는
결혼식을 위한 식단 + 결혼식 전에
잠시 앓았던 질환으로 인한 체중 조절로
체중 감량에 성공했습니다(운동은 그때나 지금이나 디폴트)
하지만 결혼하고 맛있는 걸 먹으니
100만배는 더  행복해졌고
계에속 그렇게 많이 먹고 많이 먹고
(운동을 해도 너무 잘먹어버림)
그렇게 다시 포동이가 되었어요
포동이는 더이상 식단을 조절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냥 임신해서 먹고 싶은걸 다 먹어치우고 싶고
살쪄도 합리화가 가능한 그 시기를 누리고 싶었나봐요..
(임신하면 더더욱 가려야하는 음식이 많아지는데 나는 진짜 단순함..)
 



세 번째, 계획이 틀어지면 안된다는 J의 계획성 때문이에요
결혼하고 임신을 바로 하지 않으면 
지금 살고 있는 이 집의 만기가 다가오고
경기도에 내려가서 살자는 그 다음 계획에도 차질이 생기고
다시 연장계약을 해야하나, 
아님 이대로 그냥 이렇게 살아야 하나,
플랜비가 없으면 움직일 수 없는 저는
그냥 단순하게 빨리 임신해서
복잡하게 상황을 만들지 말자는 결론에 다다릅니다
 
이 밖에도 근처에 사시는 시부모님이 한가하실 때
아기를 봐주실 수 있지 않을까..하는 작은 기대, 
낳으려고 생각하면 젊을 때 낳아야 한다는 주변의 이야기,
축하받을 소식이니 부모님들을 기쁘게 할 수 있겠다는 마음, 
칭찬받고 싶은 마음,
임신을 하나 둘 씩 하는 지인들 등등..
 
임신을 해야한다는 목표가 생기니
저는 그 방향으로 모든 이유를 끌고 나갔습니다
제 논리에 어떤 맹점이 있는지, 
배우자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냅다 달렸죠.
제 탓을 주로 하고,
때때로 환경 탓을, 주변 사람들 탓을 하면서요.
 
이런 생각을 글로 남길 수 있게 된 지금은
생각이 글로 풀어 쓸 수 있을 만큼 정리된 시기입니다.
기세가 한 풀 꺾인 것 같아요.
시험공부처럼 죽어라 공부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울고 떼쓰고 해서 얻어 낼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몸과 마음이 알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감사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저렇게 어리고 철 없는 생각을 가지고 덜컥 임신을 했다면
내가 원하던 것은 이런게 아니었는데.. 라고 생각하며
저의 짧은 생각을 후회하고,
생겨버린 생명을 탓할지도 모르잖아요?
 
이제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임신하면 얻을 수 있는 결과값들보다는 
내가 부모가 될 준비는 되어있는지, 
내가 한 생명을 책임질 올바른 사람인지

남편과 지금처럼 잘 지내면서
아이를 키워낼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는지를
(둘이 좋아서 안달이지 그 준비는 아직 안된 것 같아요,,)
생각하고 마음가짐까지 함께 갖춰나가려구요
 


저는 돌이켜 생각해보면
남들보다 대학 진학이 늦춰진 적도 없고
어학연수, 교환학생, 해외 인턴쉽도 제 나이 또래에 해냈고
취업도 (혼자만 조바심 냈지) 25살 후반에 했고
지금까지 이직 한 번 없이(회사의 특성상)
한 회사에 근무하고 있어요.
결혼도 또래 친구들보다 늦지 않은 30살에 했으니 
제깍제깍 모든 일을 제 시기에 해내야 하는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게 하늘이 주신 기회든,
제가 노력해서 만들어나가는 것이든요.
 
그러니 임신을 위한 기다림이 시련이라고 생각이 들었고
뒤쳐짐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난날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취업 하고 나서 3~4년이 지나니
내가 정말 어린나이에 취직을 했다는 걸 알게됐고
대학을 졸업할 땐 그간 준비했던 모든 활동들이 끝나자
덜 열심히 살 걸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나만큼 학점, 대외활동, 알바 등등 여러마리 토끼를 붙잡고
안절부절하지 않고 살았던 사람들도
성공하고, 행복하게 사는 걸 보면서 말이죠.
 
이 시기가 지나고 먼 훗날, 어쩌면 머지 않은 가까운 미래에
이 시기를 돌아보며 걱정없이
더 즐겁게 보내볼걸이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임신에만 매여있는 시기가 아니라
다른 풍요로움들에도 눈을 돌릴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봐야겠어요

(그렇지만 아직도 유투브에 난임, 시험관 이런 콘텐츠가 뜨면 두려움.. 미래의 내가 될까봐)
그리고 좋은 소식이 있으면
블로그에 제일 먼저 써야겠다고 다짐합니당
 
P.S 오늘은 자격증 공부하다가
갑자기 이렇게 술술 글이 써지는 날이었네요
역시 사람에게 휴식은 꼭 필요한 건가봐요? 
주말을 포함해 4일 연속을 쉬었고,
마지막 마무리 현충일까지 완벽했습니당

이 연휴를
즐겁고 유쾌하게 보내게 되어 감사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굿 나잇 🌙 내일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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