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영화 추천] 탕웨이, 양조위 멜로 '색계' / 스포 없음 / 영화 해석

2021. 8. 4. 00:17무한취미/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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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웨이가 나오는 야한 영화라고만 생각했다.
그렇게 한문장으로 정의할 수 있는 영화는 흥미가 떨어졌다.
여태껏 보지않았는데 왓챠와 넷플릭스의 추천작에
우연치않게 떴고
한국인이 많이 본 상반기 100대영화,
베니스 황금 사자상 등 가지고 있는 타이틀들이 예상외였다.

바로 플레이 버튼을 눌렀고
이번년도 여운 남는 영화 1위가 되었다.


서양식 건축물이 마구잡이로 들어선 중국 길거리


역사적 배경은
우리나라의 상황과 비슷했던 일제강점기 시기의 중국.
사람이 죽어나가도 아무렇지 않던 길거리
총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리는 곳들

일본 정부에 붙어 자국민을 절망의 늪으로 빠지게 하던
지도자들을 처단코자 혈기있는 대학생들이 모였고
그들은 연극처럼 치아즈(탕웨이)를 막부인으로 변장시켜
실전에 던져넣는다.






'던져넣는다' 라는 표현은 적절하다.
어설픈 대학생인 극단은 치아즈의 임기응변과 상황의 운을 전적으로 믿으며 미스터 리(양조위) 근처를 맴돈다.
그곳에서 치아즈는 없고 막부인은 있다.





치아즈는 그가 의심하지 못할 거리부터
천천히 접근하지만 중국 내에서 돌아가는
반일 정서와 은밀한 친일파 처단의 움직임을 느끼고
미스터 리는 상해로 도피한다.
첫번째 전략은 실패로 끝나고 막이 바뀐다.





3년후, 전쟁으로 피폐해진 상해 마을에서 배급용 쌀을 타며 이모집에 얹혀살던 치아즈는 광위민(연극단 회장)의
또 한 번의 부탁에 막부인으로 미스터리 앞에 선다.




- 결핍의 삶, 왕치아즈의 삶

이 영화를 보는 누구라도
왕치아즈의 외로움과 감정적 동요에 반응하게 된다.
그 배경에는 인간관계의 결여가 자리한다.
치아즈는 혈육없이 살아가고있다.
재혼해 영국으로 떠나버린 아버지와 간간이 편지하지만
언제 만나게 될 지 모른다.
첫 번째 암살 계획을 실패하고 상하이로 돌아온 그녀는
그나마 남아있는 혈육인 이모 집에서 얹혀살게 된다.


광위민에게 호감을 느껴 처음 연극 동아리에 들어왔지만
막부인을 연기할 때도 치아즈에게
광위민은 버팀목이 되어주지 못한다.
완벽하게 미스터리를 속이기 위해
미스터리와 더 깊은 관계를 요구할 때도
연극 동아리 친구들, 광위민, 우영감 까지도
이를 대의를 위한 당연한 것이라고만 생각할 뿐
그녀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지 않는다.
(너무 미안해서 말조차 하지 못한 걸로도 생각할 수 있지만, 홍콩에서 상하이로 돌아온 후에도 연극동아리 친구들
그 누구도 개인적으로 치아즈를 찾지 않는다.)





- 완벽주의지만 진심으로 그녀를 대하는 조국의 배신자
일본 제국주의 통치 앞잡이인 미스터 리는
누구나 선망하는 지위에 있지만
암살 및 테러의 위협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
그 불안한 삶을 사는 중에 치아즈를 만난다.

몇 번의 함정과 경계 끝에 치아즈가
위험인물이 아니라고 판단하자 미스터 리는
그녀를 자신이 믿을 수 있는
단 한 사람으로 여기며 연정을 베푼다.


술을 마시다 치아즈의 노래에 감동해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양복점에 가서 그녀를 위한 보석을 맞춰주기도 한다.




- 비극은 이미 피어나고 있었다

미스터 리의 진심을 그대로 느끼고 있는 치아즈는
우 영감과 광위민에게 이를 털어놓는다.

'빨리 이 임무를 마무리 짓자, 미스터 리는 가짜 감정과 진짜 감정을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이다. 더 길어진다면 내가 그사람에게 진짜 감정을 느낄지도, 통제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를 듣던 우 영감은 그런 소리 집어치우라며 화부터 내지만
이 말은 훗날 치아즈를 비극적 결말로 이끌게 할 복선이된다. 사람은 진심에 끌리는 법, 이성은 감성을 이기지 못한다.

광위민은 다시 막부인으로 행세하기 위해
돌아가는 치아즈를 붙잡으며
키스하지만, 치아즈는 '왜 3년 전에 하지않았느냐'라고
말하며 감정없이 돌아선다.
그녀는 이미 철저히 혼자라는 것을 느꼈고
누구에게도 기대하지 않는다. 미스터리를 제외하곤.




어떤 사람은 이 영화를 보고 스파이와의 사랑이라고도,
격정적인 19금 장면들이 등장하는 영화라고도
평가할 수 있겠지만
치아즈의 고독한 삶과 한치 앞을 모르는 두려움,
조국의 임무를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집중해본다면
그렇게 쉽게 단언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추 라는 영화에서 탕웨이 연기를 보고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쓸쓸함이 마음에 와닿았는데
색계에서는 그녀가 느끼는 감정 하나하나가 눈빛에 실려
내가 이입하고 있는게 신기할 정도였다.

정말 추천하고 싶은 영화,
이번 해가 지나기 전에 꼭 다시 보고 싶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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