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29. 22:29ㆍ무한취미/영화
http://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40355
영화 막바지에는 영화를 얼른 보고, 영화 리뷰를 뒤적이고 싶었다.
호랑이와 물고기들에는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왜 조제는 호랑이를 보고 싶어했고, 물고기를 좋아했을까? 가 궁금했다.
조제는 책으로 세상을 만난다. 누구의 도움 없이 움직일 수 없는 몸이기도 하고, 할머니와의 새벽 산책만이(담요를 뒤집어쓰고 정해진 시간에 한정적으로 사람을 볼 수 밖에 없긴해도) 그녀가 유일하게 나갈 수 있는 시간이니까.
조제는 버린 교과서와 잡다한 책들을 읽는다. 일반인보다 훨씬 더 풍부하고, 잡다한(?) 상식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영화속의 한 장면 장면들이 조제를 설명한다.
츠네오는 그런 조제에게 호기심과 관심을 갖는다. 우리가 사랑을 시작할때처럼, 그녀를 찬찬히 보고 자주 찾아간다. 그리고 그녀가 잘하는 음식을 먹고, 그녀가 읽는 책을 본다.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게된다. 츠네오의 눈에는 조제는 장애를 가진 소녀가 아니며, 사랑의 대상이 된다.
(다시 영화를 돌려 생각해봐도 츠네오에게는 조제가 동정의 대상이 아니었고, 조제의 장애는 우리가 갖고 있는 개인적 약점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츠네오는 조제를 데리고 호랑이를 보러 간다.
조제는 남자친구가 생기면 보러오려고 했었고, 그렇지 않으면 호랑이를 영영 볼 필요가 없었을 거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츠네오의 손을 꼭 잡고 우리 안 호랑이 앞에 선다. 이 힘은 정말 츠네오가 없었으면 조제에게서 나오기 힘든 용기이고 자신감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숨어들지 않겠다는 하나의 표시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영화의 제목에 '호랑이'가 들어갈 수 있는 이유이다. 사랑을 통해 오픈 되고, 극복할 수 있는 것을 감독은 담고 싶었나보다)
그리고 1년이 지난다. 사랑이 변하는 시기. 츠네오는 조제를 부모님께 데려가려 했지만 망설인다. 그리고 조제를 향한 관심이 사그라든다. 어쩔 수 없는 이치이지만 그런 모습에 사람들은 슬퍼하고 공감한다. 그게 사랑이고 우리가 사는 모습이니까. 그리고 인정할 수는 없지만 언젠가 저렇게 될나의 모습을 생각하면 슬프다.
조제와 츠네오는 부모님을 보러가기 위한 처음이자 마지막인 여행을 떠난다. 처음 길을 떠날 때의 설렘과 기분좋음은 사라지고, 수족관에 갈 계획이 틀어지고, 바다를 보러 가게 된다. 바뀐 여정 안에서 의견 다툼과 서로에 대한 시선은 고스란히 관객에게 보여진다.
특히 휠체어를 사자고 하는 츠네오에게 '너가 계속 업고 다니면 되잖아'라고 조제는 대답한다. 츠네오는 다시 '내가 언제까지고 젊을 순 없어'라고 말한다. 조제는 츠네오가 변한 것을 알고 사랑이 곧 끝날 것이라는 것도 예감했기 때문에 휠체어를 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 것 같다. 집에 있는 유모차 조차 망가져 쓸 수 없는 것을(알지 모를지는 모르겠지만 둘다 관심이 줄었단 암시겠지) 고치지 않았던 츠네오니까.
결국 수족관 컨셉의 여관에 가서 둘은 세상에서 가장 야한 섹스를 한다. 일종의 딜이었다. 온천 여관에 가자는 츠네오에게 조제가 딜을 건 것이다.
사랑의 바다(세상) 안에서 여유롭게 헤엄치고 싶었던 조제는 결국 테마 모텔을 갔고, 눈으로만 볼 수 있었던 바다 앞에서도 츠네오에게 업혀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로 조제는 절망하지 않았다. 단지 아무것도 없었던 조제의 세상에서 해저의 굴러다니는 조개껍데기가 된 것만으로도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다시 돌아갈 수는 없지만 후회하진 않았다. 이렇게 처음부터 마음을 잡을 순 없었겠지, 조제도 담담하게 표현했겠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몇 번이고 마음이 흔들렸겠지. 그 감춰진 시간들이 생각나 마음이 아팠다.
그렇게 둘의 사랑은 담담하게 끝이난다. 츠네오는 독백 중 나는 다시는 조제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정말 순수하게 사랑했던 거니까, 동정의 마음으로 조제를 찾아가는 건 츠네오도, 조제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는 조제가 전동휠체어를 타고 장을 보고, 생선을 굽는 장면이 나온다. 살아있는 물고기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그리고 살아있는 물고기를 보지 못하더라도, 조제는 그런 것에 여의치 않으며 굽는 생선밖에 볼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도 또 하루를 살아나가겠지. 그리고 그 계기를 만들어 준 츠네오를 떠올리겠지.
사람들이 왜 인생영화라고 하는 지 이렇게 하나씩 곱씹어 보면서 알겠다.
정말 인간다운 영화다. 어떻게 보면 사랑 성장 영화이기도 하고. 마음이 찌르르하다. 또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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