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체력 일상] 요즘 어떻게 사냐고 물으신다면 대답해드리는게 인지상정 / 히스토리보이즈, 오펜하이머 등등
1. 오펜하이머 보러 갔다가 거대 벨리곰 마주친 썰
바야흐로 광복절, 오전 10시 30분 영화를 예매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펜하이머' 개봉 첫날이었고 기대를 안고 사전예매 기간에 예매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많다). 하지만 해설을 보거나 우연찮게(엉겁결에) 감독의 의도를 알아채면 엉킨 실타래를 풀었을 때의 쾌감 같은게 전해진다. 이번 영화도 전기 영화 중에선 스토리나 플롯이 다채로웠고(흑백, 칼라를 사용해서), 시간과 공간 전환도 많았다. 스토리+씬 구성의 천재... 3시간이라는 시간이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놀란이 놀란했다. p.s 다 보고 나와 지친 나의 마음을 위로해 준 귀여운 벨리곰 보러 영등포 타임스퀘어로 달려가세요. 굿즈샵이 바로 앞에 있는데 나는 그냥 지나쳤다. 집에 두면 자리도 없고 예쁜 쓰레기가 될 게 뻔하니까. 차라리 가져갈 수 없게 만들어 놓은 저 대형곰이 더 힐링이다. 계속 있어줬으면 싶다.
2. 연극 히스토리보이즈로 시작한 상큼했던 연휴의 시작
이번 4일의 연휴(광복절 포함) 내 큰 사건은 이 연극의 관람이었다. 개인적인 호불호를 떠나서 연극 자체에서 생각할거리나 이야기할 수 있는거리가 많다는 것은 확실하다. 지금도 이해 가지 않는 부분이 있어 동료에게 대본집을 선물받았다. 여유롭게 읽으면서 연극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탐독해볼 예정이다. 남편과 간만에 보러 간 연극에서 작은 말다툼이 있었고 감정이 상한채 집으로 돌아왔다. 한사람에게 100% 과실을 물을 수 없는 상황이었고 서로가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알았지만 각자 서운한건 서운한거고, 기분 나쁜건 기분 나쁜거니까. 지나고보니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하고 드러내고 풀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2-1. 여기 세트장 이렇게 예뻐도 되는거야?
중극장에서 연극을 보는게 처음이었다. 오셀로를 봤던 건 대극장(CJ 토월극장), 이외의 연극들은 대학로 소극장들이어서 사실 소극장만큼만 기대했었다. 대부분의 소극장들이 그런 것 처럼 배우들이 왔다갔다 할 수 있는 문이나 공간 전환을 위해 만들어 놓은 가벽들 정도만 생각했었는데. (사실, 영국 고등학생들이 나온다는 배경만 듣고 무대는 개그콘서트 봉숭아학당정도 되겠지? 생각했음) 창문에서 자연광처럼 은은하게 비치는 조명도, 덕지덕지 붙어있는 사진들도 한켠에 놓인 피아노도 진짜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어지럽지만 정돈되어있는 상태. 책장에 책 쓰러져있는 것도 너무 좋다. 완벽한 정돈을 하지 못하는 성격상(한번 해놔도 다시 돌아간다. 왜지?) 질서 안의 무질서, 무질서 안의 질서를 좋아하는데 이 무대는 그래, 완벽했어.
2-2. 캐스팅보드 찍길 잘했다고 생각함
나는 연극이나 영화를 보면 특히 외국 이름들 기억을 잘 못한다. 줄거리에 집중해서 그런 것도 아닌데. 한 네 글자가 넘어가면 헷갈리기 시작한다.(근데 외국사람들 이름은 대부분 네글자가 넘어가는게 문제다) 이번 연극도 역시나 이야기 할 때 "아, 그 주인공 이름 있잖아.. 그.."로 연극의 리뷰가 시작되었다. 극중 인물과 실제 인물의 이름도 자꾸 헷갈려서 둘다 모르거나 둘다 알면 괜찮은데 둘 중에 하나만 알면 문제다 문제. (이번 오펜하이머를 보고도 계속 로다쥬 극중 이름을 기억못해서 로다쥬 아저씨 말이야..로 시작함) 어쨌든 캐스팅 보드를 찍어서 잊어버리기 전에 한번씩 다시 봐줘서 다행이다.
3. 사운드 트랙 2개 당첨 럭키걸
연극 시작하기 전에 럭키박스 이벤트 하는걸 알고 있었다. 일찍 간건 아니었지만 화장실도 들르기전에 럭키박스 이벤트 장소부터 찾았고 이벤트 부스가 닫기 직전에 참여할 수 있었다. 오빠가 화장실 간 사이에 연극표 두장으로 내가 후다닥 뽑았는데 둘 다 사운드 트랙 당첨됐다. 이 이벤트 소식을 알려준 동료에게 하나 나눔하고 하나는 당근에 팔았다. 어짜피 CD 들을 곳도 없고, 차도 없고. 나보다 더 좋은 주인 만나서 많이 사랑 받으렴
4. 요즘 빠진 맛도리 = 우유 아이스크림 + 올리브오일 + 소금 후추
나는 크리미한 지방의 맛을 좋아하는데 또 단 것도 좋아하고, 짠 것도 좋아하고(뭘 싫어하는 거지? 그냥 다 좋아하는 거잖아) 이 디저트는 모든 것을 다 느낄 수 있는 맛이다. 밥 먹고 입이 심심할 때 먹으면 극락의 맛. 이 맛도 저맛도 아닌 오묘한 맛이 날 수 있는데, 올리브오일 자체의 맛이니 나는 그 맛도 반갑다. 여기에 쓰인 아이스크림은 우리가 지난 주에 두 통이나 비워버린 우유마루 아이스크림이다. 완전히 우유 아이스크림은 아닌데 우유와 바닐라 아이스크림 그 중간 맛이라 투게더스럽기도 하고, 깔끔해서 좋기도 하고. 이 조합은 꼭 한 번 도전해보시길 !
5. 병원 갔다온 날 먹은 점심 한 끼
점심 시간에 병원 다녀올 일이 있어 파리바게트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저 샌드위치는 신상품인 것 같은데 아주 맛있었다. 봉지에 든 루꼴라 샐러드까지 먹으려고 했는데(다음에 그건 또 먹을만큼 상태가 괜찮았다) 집에와서 먹었고. 여름이니까 몸이 축나지 않게 잘먹고 잘 지내야지. 아프지 말자 !
6. 마치며
더위가 언제 가시려나. 내일도 덥다던데. 오늘은 집에서 하루 종일 있었을만큼 무더운 여름에 질려버렸다. 이제 가을이 와줬으면. 더 감사하게 가을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건 그렇고 가을을 잘 보내려면 남아있는 두 개의 시험을 잘 봐야할 텐데. 정신 차리고 이제 두달 남짓 남은 시험에 올인해야겠다.
P.S 아래 핀터레스트 사진은 뭔가 하는 짓이 나 같아서 다운로드 함,, 저런거 의미없이 모으는거 참 좋아했는데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