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체력인데 인생 노잼 시기가 와버렸다 - 극복 방법 1 : 피아노 등록(feat. 위드피아노)
인생 노잼시기가 와버렸지만 방금 극복한 것 같습니다(응?)
위드피아노 등록 후 1회차 레슨을 받았고, 오랜만에 음악을 내 손으로 연주하니 마음이 풍요로워 진 것 같아요
피아노 학원 소개는 잠시 뒤로 미루고 저의 노잼시기 관련한 기승전결을 한번 풀어보려고 합니다만..
여러가지 내부, 외부적 요인이 있지만 주요 원인이라고 꼽는 애들만 몇가지 소개해보겠습니다
- 1년의 중반부를 지나고 있다
저는 용두사미 같은 사람입니다. 계획 세우는 걸 좋아하고 추진력이 있지만 끝에 가서 지쳐요. 이런 성격을 좀 극복해보고자 운동도 열심히하고(체력이 있어야 뒷심을 발휘하니까) 나름의 넛지를 써서 처음에 힘을 다 쓰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근데 역시나 마음만큼 잘 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새해 첫날 의미 부여하지 않기, 지키지 못할 계획 세우지 않기 등등 할 수 있는 것만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덤비는데, 계획이 왜이렇게 많아지는지 저도 모르겠어요.
1년이 지나는 반 정도 부터는 슬슬 생활 패턴에서 티가 나기 시작합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아침밥도 챙겨먹고 책도 읽고 있었는데 갑자기 책을 안읽기 시작하고 핸드폰하면서 밥을 먹습니다? 그리고 점점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이 늦어지기 시작합니다. 어떤 그림이 그려지는지 이해가 되시죠?
그리고 느낀걸 기록하는걸 좋아하는 제가 슬슬 글에서 멀어지기 시작합니다(블테기가 왔던 시기들도 비슷해요). 귀찮으니까 생각만 하고 기록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글은 다른 것과는 다르게 워낙 좋아해서 금방 돌아와지긴 하더라구요. 그래서 다시 멀어지지 않게 이번엔 기록방법을 좀 바꿔봤습니다. 블로그를 시작한지 2년 정도가 된 것 같은데 이제 겉으로만 웃는거 그만하고 제 속이야기를 담아 보려구요. 낯가림 할 시기는 이제 지나지 않았나요?(웃음)
- 결혼 후 남편과 주말부부를 시작했다
외부 요인중에선 이게 제일 큰 것 같아요. 주말 부부. 남편이 이직하기 전 다니던 회사에서도 평일에 오지 못하는 날이 있었습니다. 일주일에 2번 정도 회사 기숙사에서 자고왔고 이 경험으로 저는 당연히 주말부부도 잘 해낼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이건 또 다른 퀘스트더군요. 평일의 허전함, 공허함이 이 크게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시간이 갑자기 너무 많이 남았어요. 저녁 먹으면서 보는 유투브 시청시간도,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하루를 마무리 하던 시간도 사라지니 제가 이 시간을 어떻게 꾸려 나갈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 일에 적응해버렸다
회사도 업무가 바뀌고 8달이 흐르니 어느 정도 적응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제 실적이 역조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적응을 못한 것 같습니다만, 뭘 하면 욕을 먹고 어떻게 대응을 하면 면피할 수 있을지 눈치로 알 수 있을 정도는 된 것 같아요. 그래서 긴장을 좀 풀고 일하는 것 같긴합니다.
아무튼 그래서, 저는 본의 아니게 이 내용을 남편에게 털어놓게 됩니다(지난 주말). 둘이서는 처음 가보는 역전할매에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어요? 네.. TPO에 안맞는 이야기였긴 했지만 어쨌든. 현명하고 저를 잘 아는 남편은 솔루션을 내놓았습니다. 바로 그 중에 하나가 피아노 배우기 입니다. 이제서야 피아노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어요.(웃음)
사실 남편이 말하기 전부터 찾아놓은 피아노 학원이 있었고, 집에서 1분 거리에 있었고. 가격이 너무 비싸고 당시엔 일때문에 정신이 없었던 시기라 미뤄놨었는데 다시 수면위로 올라온거면, 저랑 피아노는 운명 맞는거죠?
운명처럼 저희는 그 이야기가 나온 다음날 피아노 학원을 방문해 상담을 받았습니다. 8월 8일이 피아노데이라서 8만 8천원 할인혜택을 받고 쿨하게 결제를 합니다. 5개월치 피아노 학원비를요. 성인 전문 피아노 학원이라 시설이 쾌적하고 조용하지만 성인용이라 역시 비쌉니다. 하지만 존재만으로 풍요로워지는 삶을 찾기 위해 투자했습니다.
아무튼 이곳은 샹들리에까지 있는 곳..
전국에 있는 50개 지점을 아무데나 다니면서 연습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서울에 지점이 많아 서울에 거주하시는 직장인 분들에게 좋을 듯 해요. 제 직장 근처에도 벌써 두 군데나 있어 (안가더라도) 뭔가 많이 가서 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돈이 덜 아깝...
그리고 시설이 깨끗하고 조용합니다. 늦게 열고 늦게까지 닫지 않습니다.(낮 12시 오픈, 11시 클로즈)
성인용 피아노 학원 말고 아이들이 다니는 피아노 학원에도 성인레슨을 받지만 대부분 7시 전후로 문을 닫으시더라구요.
배울거면 시간 제약으로 스트레스 받으면서 배우지 말고 차분하게 배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렇게 상담해주시는 공간이 따로 있구요. 커피 머신을 비치해두어 바로 커피를 내려주시기도 하고, 냉장고에서 캔음료수를 꺼내주시기도 합니다. 무더운 여름이라 진짜 수분 보충이 중요한데 상담하러 오자마자 냉장고 속의 음료수들이 제일 먼저 눈에 띄더라구요.
술은 안마셨지만 오늘은 헛개차를 골랐습니다(뭔가 그중에서 젤 비싸보임)
앉아서 이야기 할 수 있는 공간도 있고 여기서 상담을 받기도 하는 것 같아요.
연습실에 시간과 이름을 적고 들어가서 연습을 자유롭게 하면 됩니다(레슨실 제외)
페달을 밟는 경우를 대비해 슬리퍼를 두었고, 내부는 공용 냉방이라 시원합니다. 적정한 온도를 지키고 있어서 그렇게 춥진 않았어요. 회사 끝나기 전에 에어컨 끄는데 그 때와 비교하면 거의 천국 수준..
여기서 악보를 뽑아서 연습할 수 있고, 오른쪽에 화이트 보드가 연습할 때 표시해야 할 공간입니다. 악보는 여러가지 악보들이 있어서 원하는 만큼 출력할 수 있습니다.
제가 고른 노래는 유키구라모토 선생님의 lake louise 라는 곡인데, 캐나다의 어떤 지역의 이름이라고 해요.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이 곳을 노래로 만들 생각을 했을까요? 정말 수려한 곡이에요(나의 왈가닥 성격과 안어울리는 걸 연주해서 좀 차분하게 성격 개조 하고 싶은 마음도 있음)
오늘 마지막 말은 동기부여 트위터로 끝내겠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일어나서 움직여야 바뀝니다. 기분도, 건강도!
저도 이렇게 다시 하나씩 도전해보면서 노잼시기를 극복해보겠습니다. 같이 해보시겠어요?